올해 집값 하락 전망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지난해 결혼한 30대 박모씨는 명절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수 적기를 기다리며 아내와 오피스텔에 살고있는 박씨에게 명절에 만나는 어른들이 집을 언제 살거냐고 훈수둘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집 값이 비싼데 언제 살 예정이냐는 질문부터 비싼데 사지마라 이러쿵저러쿵 상황도 모르고 조언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 또다른 30대 직장인 A씨도 '무주택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A씨는 “집안 어른들만 만나면 주택 매수 이야기를 해서 명절 때 집에 가기가 꺼려진다”면서 “자동차 같은 고가의 물품을 사면 부모님이 '이런거 사면 집은 언제 살래', '왜 서울만 고집하냐'라는 이야기를 하시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집값이 소폭 반등하다 다시 고꾸라지면서 무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동향에 따르면 1월 5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05%)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작년 11월 마지막 주 이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했던 시기에는 정부의 1·3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이 나와 미분양 감소 및 거래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정책들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금리는 최저 1.6%로 매력적이나 가격 외에도 자산이나 출산 기간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특례대출 신청 후 일주일 간 상세 내역을 살펴보면 60% 이상이 대환 용도(6069건, 1.6조원)이며, 신규 주택 구입용도는 1519건(4884억원)에 불과했다.
무주택자들은 급매 위주로 물건을 찾고 있지만 급매물은 뜸한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9일 기준 7만8000건을 웃돌아 올초 대비 5000건 이상 늘어났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가 달라, 매물이 적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량도 하락하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4000건 가까이 치솟았지만 11월부터는 1843건, 12월 1826건으로 두 달 연속 2000건에 못 미쳤다.
금리도 관건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 회의 때까지 3월을 금리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의 확신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조기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시장 기대치를 낮춘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 하락 예측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7일 연 세미나에서 올해 연간 주택 매매 가격이 전국 기준 2% 하락, 수도권은 1%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위축과 2월 스트레스DSR 시행 등 매수자 관망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본격적인 거래 활성화보다는 급매물 위주의 거래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교통, 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있는 일부 지역 중심으로 미래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 하방 압력에 버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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