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수로 주차비 차등 적용…형평성 어긋난단 지적도
매년 자동차 등록대수 늘어…인구 1.98명당 1대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네이버 지도 거리뷰]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최근 전국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주차비 산정 기준을 놓고 입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가구당 평균 보유 차량이 증가해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파트 평수나 주차 대수에 따라 주차비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방식이 “아파트 평수로 차별하는 행위”라고 항의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신축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주차비 산정 안건을 의결했다.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주차비를 책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새로운 주차 규정은 올해 초부터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36㎡, 44㎡, 59㎡, 73㎡, 84㎡로 구성됐는데, 모든 가구가 1대 차량을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2대 주차부터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주차비가 차등 적용된다. 59㎡, 73㎡의 2대 주차료는 각각 한 달에 2만7000원, 1만9200원이다. 가장 평수가 큰 84㎡는 1만3200원이다. 하지만 소형 평수로 분류되는 36㎡, 44㎡는 각각 13만2000원, 11만8000원이다. 가장 작은 평수와 가장 큰 평수의 주차료가 11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게다가 전용 59㎡ 이상인 가구가 최대 3대까지 주차가 가능한 것과 달리 소형 평수는 차량 3대부터 주차가 금지된다.
소형 평수에 사는 한 입주민은 “최근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 지분대로 주차료를 차등 부과하는 추세인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차량이 2대 이상일 경우 큰 평수보다 최대 10배 주차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형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새로운 주차 규정에 반발한다고 해도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네이버 지도 거리뷰] |
과도한 주차료 부과로 논란이 된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는 초과 차량에 대한 주차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이 단지는 1대 무료 주차, 2대는 월 2만원 부과는 유지하되 3대부터 월 5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4대부터는 월 8만원에서 월 62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기존 주차료보다 최대 7배 높아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주차요금 부과 방식을 바꿔 주차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파트 주차장 유지·운영 기준 및 이용료 부과기준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정할 수 있다. 가구당 차 1대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하고, 2대 이상부터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주차 요금을 책정하는 통일된 기준이 없어 입주민 간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주차난이 심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매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2594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44만6000대) 증가했다. 국내 인구가 5132만5329명 것을 감안하면 인구 1.98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다.
‘1가구 2차량’이 보편화 되고 있지만, 아파트 주차 가능 대수가 한 대에 머물면서 총성 없는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공개 의무 단지 기본정보에 등록된 단지를 분석한 결과, 임대를 제외한 분양아파트의 세대당 주차대수는 1.10대로 집계됐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