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비 개선, 연구개발비, 기금 도입 등
“대학으로 오는 연구개발비 9.1% 그쳐”
이용훈 UNIST 총장이 23일 간담회에서 연구중심대학 육성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연구자들에게 영수증 붙이게 하지는 맙시다.”
23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용훈 유니스트(UNIST) 총장은 이처럼 호소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유지돼 온 개도국 방식의 추격자형 ‘연구중심대학 1.0’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형 ‘연구중심대학 2.0’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핵심은 ‘돈’이다. 연구자가 직접 연구 과제부터 장비 관리까지 맡아야만 하는 연구중심대학 1.0에서는 연구자의 ‘연구 몰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연구중심대학 2.0은 연구지원 전문인력 확보 및 육성은 물론, 연구 장비 운용과 관리 일원화 등 지원 시스템이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
국내에서는 대학들이 재량껏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처럼 대학 본부가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에 돈을 투입할 여력이 적다. 빈약한 재정 상황은 자율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연구 분야 발굴 및 투자도 망설이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에 이 총장은 대학 재원 확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대학에 투자하는 연구비 중에서도 기초연구비 증액, 연구 간접비 비율 상향 및 정률제, 일반대학진흥기금 도입 등이 대안이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비는 100조원 규모로 전 세계 5위 수준이지만, 대학으로 오는 연구개발비는 9.1% 수준에 그친다”며 “특히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비로만 따졌을 때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3.6% 불과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연구기관이 개발과제를 수행하는 데 공통적으로 소용되는 비용을 뜻하는 연구 간접비 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기관의 간접비 책정기준은 연구비의 18~23%인 반면, 미국은 약 35%다.
이 총장은 “연구 간접비는 현 상황에서 대학이 유일하게 연구 몰입 환경 조성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라며 “간접비 비율 상향 및 고정이 필요하고, 간접비 비율 인상이 연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반대학진흥기금에 대해서도 “연구개발과제 형태로 지원되는 기존 국가연구개발지원금과 달리 대학이 용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원”이라며 “정책 이니셔티브 등을 통한 기금 형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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