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만에 70배 이상 급등
메타·구글·테슬라 출발 웃돌아
7조弗 유치로 투자 블랙홀 위상
반도체업계 오픈AI와 협력에 사활
과학에서 무기로...이젠 생존경쟁
‘개척자’였던 오픈AI는 AI가 돈이자 무기인 시대가 오면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했고 ‘권력자’가 돼 가고 있다. 샘 올트만(왼쪽) 오픈AI CEO와 오픈AI 본사가 위치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이오니어빌딩 정문. [AFP]·고재우 기자 |
“이 세상을 바꿀,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1년여 전, 챗 GPT의 등장에 게이츠는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구글의 시대가 끝났다(Google is done·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1년. 게이츠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그의 예상도 훌쩍 뛰어넘었다. 1년 뒤, 게이츠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최근 자평했을 정도다.
지난 1년 간 생성형 AI의 성장세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연매출 20억달러(약 2조67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챗GPT 출시 전만 해도 연매출은 2800만달러(약 374억원) 수준이었다. 1년 만에 70배 이상 급등한 결과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FT는 “내년에는 매출이 두 배(40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메타, 구글, 테슬라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초고속 성장기업의 출발을 웃도는 기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의 92%가 기업 활동에 챗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챗GPT 웹사이트 월간 방문자 수만 17억명 이상이다.
최근 오픈AI는 또 다시 충격을 몰고 왔다. 천문학적인 투자 유치 때문이다. 중동 거물을 통해 유치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금 규모가 5조~7조달러(최대 약 6647조~9306조원)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5270억 달러(약 702조원). 이를 10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이를 두고 외신은 “올트먼이 세상을 바꾸려 한다”고 평가했다. 귀에 익숙하다. 1년 전, 게이츠가 예견했던 말과 같다. 이렇게 예상은 현실이 됐고, 실제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오픈AI의 독주는 국내 산업계에도 복잡한 셈법을 요구한다. 반드시 손잡아야 할 구세주일까, 복종해야 할 권력자일까, 극복해야 할 경쟁자일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는 오픈AI와 협력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압도적 시장 지배력의 오픈AI는 반도체업계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큰손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삼성이나 SK가 아닌 TSMC 등 경쟁사와 손잡는다면 국내 반도체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IT업계의 미래와 같다. 하루 빨리 AI 기술을 따라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 경쟁이 만만치 않다. 오픈AI조차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 영업이익 측면에선 여전히 수지가 나질 않는다. 늘어나는 AI 투자 때문이다. 올트먼도 “AI 학습 비용이 정말 엄청나다”고 토로하고 있다.
IT업계로서는 외면할 수도 없고, 뛰어들기도 힘든, AI 투자 전쟁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전 세계 AI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오픈AI와도 경쟁해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AI 분야가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든 특성이 있다”며 “국내 IT업계도 공격적으로 AI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꿀 힘을 증명한 오픈AI는 더는 ‘인류애’에 머물지 않고 있다. AI는 이제 무기이지, 과학이 아니다. 공개하고 전파할 대상이 아닌, 감추고 경쟁해야 할 대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조차 오픈AI와 접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며 “마치 국가기밀시설처럼 보안이 철저해지고 있다. AI 기술이 국가 무기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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