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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시설 방불케 하는 오픈AI 베일속 숨은 권력자로 변하다
오픈AI 도시 샌프란시스코 가보니
보안 때문에 새 본사 위치도 비밀
직원들에 언론접촉 자제 공지도
AI가 국가 미래 무기가 된 시대
전세계 반도체기업까지 줄 세워
오픈AI 본사가 위치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이오니어 빌딩 전경 고재우 기자

올해 1월 찾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폴솜 스트리트. 한적한 거리지만, 전 세계가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시대 ‘AI(인공지능) 열풍’의 선구자, 오픈AI가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4면

오픈AI는 미래 사회에서 AI의 올바른 쓰임을 목표로 출범한 비영리단체였다. 소박하기만 한 당시의 본사 건물도 오픈AI의 초심을 가늠케 한다.

현재의 오픈AI는 전혀 다른 기업이 됐다. ‘초심’과는 달리 결코 순수하게 흘러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AI는 과거 석유, 오늘날 반도체와 같다.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무기가 됐다.

이 소박한 거리에서 시작했던 오픈AI는 이제 이 곳에 없다. 심지어 어디로 옮겼는지조차 비밀에 부쳐졌다. 마치 핵무기라도 된 듯, 본사 위치도 비공개다. 비영리단체였던 이 기업은 이제 시가총액 117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거대 기업이 됐다.

단순히 오픈AI, 한 기업만의 일도 아니다. 오픈AI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 AI산업의 매카로 급부상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모든 격변이 불과 10여 년 만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AI 혁명’이 촉발된 곳, 오늘날 샌프란시스코가 ‘AI 메카’로 불릴 수 있었던 출발점, 폴솜 스트리트를 1월 말 찾아갔다.

▶국가 일급 보안시설처럼...본사 위치조차 비밀=샌프란시스코 폴솜 스트리트의 첫 인상은 한산함, 그 자체였다. 지진을 우려한 탓에 샌프란시스코에는 높은 건물이 드물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낮은 건물이 이어진 폴솜 스트리트는 마치 한적한 시골 마을 같은 인상마저 풍겼다.

이곳에 있는 건물 중 파이오니어(Pioneer·개척자)라고 써 있는 건물이 있다. 인근 주민에게 오픈AI 건물을 물어보니 이 건물을 가리켰다. 그 흔한 간판조차 없었다. 유일한 표식이 바로 ‘파이오니어’란 페인트칠이었다. 건물 입구 역시 일반 가정집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였다.

오픈AI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하지만 역사를 따져보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15년 ‘안전하고 유익한’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이자 연구기관이었다.

이제 오픈AI는 이곳에 없다. 한 현지 관계자는 “이미 본사 건물을 옮겼고, 그 장소 역시 늘어나는 인력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곳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파이오니어 빌딩을 떠나 현재 근무 중인 건물 역시 비밀이다. 파이오니어 빌딩에서 만난 이들도 모두 고개를 저었다. 추정되는 건물이 여럿 오르내리지만,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보안 차원에서 건물 위치를 알리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도 언론 접촉을 자제하라는 공지도 내렸다”고 했다.

▶개척자에서 베일에 쌓인 권력자로, 오픈하지 않는 오픈AI=열려 있는 개척자였던 오픈AI는 이제 베일에 쌓인 권력자가 된 듯 하다. 자의 혹은 타의이든 이는 사실 예고된 변화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AI가 돈이자 무기인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비영리회사였던 오픈AI는 2019년 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는 일론 머스크까지 등장했다. 2015년 당시 샘 올트먼은 일머스크와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이 법인을 설립한다. 그리고 당시 머스크는 1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AI연구 관련 이견이 불거지고 오픈AI 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다. 그러면서 기부액의 10분의 1인 1억달러만 투자했다. 이에 자금난을 겪자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오픈AI는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 된다.

오픈AI는 처음 챗GPT를 무료로 개방했다. 사명 그대로 ‘오픈’된 사업 모델이었지만, 현재에는 다르다. 최근에는 AI 챗봇 온라인 플랫폼인 ‘GPT 스토어’까지 만들었다. 모든 것이 다 이제는 ‘돈’이 됐다. GPT 스토어를 이용하려면 매월 정기요금을 내야 하고, 챗GPT의 기능을 온전히 쓰려면 챗GPT팀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역시 유료다.

업계는 이제 본격적으로 오픈AI가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챗GPT의 이용자는 18억명 수준에 달한다. 이 정도의 이용자를 보유하면서 수익성과 영향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픈AI의 달라진 위상…전 세계 기업의 미래를 뒤흔들다=오픈AI의 달라진 위상과 경영 철학은 최근 방한한 올트먼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제 오픈AI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의 ‘큰 손’이 됐다. 방한한 올트먼을 만나고자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오픈AI는 AI 반도체 칩을 직접 생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도 커진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요 먹거리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도 결국 오픈AI의 무대가 됐다. 이 행사 과정에서 올트먼은 5조~7조달러(최대 약 6647조~9306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이를 위해 중동의 거물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액인 5270억달러(약 702조원)와 비교해도 엄청난 자금 규모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은 “올트먼이 세상을 바꾸려 한다”고까지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제 오픈AI의 손을 잡을 수 있는가가 미래 생존과 직결될 상황에 놓였다. 삼성도 SK도 오픈AI와 반도체 동맹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삼성이나 SK가 아닌 TSMC 등 경쟁사와 손 잡는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위상이 변했다.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그 자금과 독보적인 AI 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모두에게 성과를 공유하던 개척자에서 이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앞세운 권력자가 된 셈이다.

▶전 세계 AI 인재도, 기업도 샌프란시스코로=오픈AI의 변화 만큼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위상도 급격히 달라지는 중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혁신기업을 탄생시킨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는 오픈AI 이후 오히려 더 위상이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의 인재도, 돈도 모두 모이고 있는 중이다.

이미 전 세계는 ‘AI 골드러시’란 표현에 익숙해지고 있다. AI 시장을 두고 인재와 자금이 샌프란시스코에 집중되는 현상이다. ‘AI 메카’로 불리는 이 지역을 두고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시장은 “이곳이 세계의 AI 수도”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 세계 상위 20위권의 AI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오픈AI, 앤스로픽, 스케일AI, 다이얼패드 등 AI 분야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들도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자리잡았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634억달러(약 84조6707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2% 줄어든 수치지만, 텍사스 오스틴이나 로스앤젤레스(LA), 마이애미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하다. 오스틴이나 LA의 작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27%, 42%나 급감했다. 마이애미는 70%나 줄었다. 마약·노숙자 문제 등으로 ‘좀비 도시’란 오명까지 들었던 샌프란시스코를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샌프란시스코가 견고한 투자 유치를 이어가고 있는 건 AI 열풍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높은 물가나 세금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났지만, 최근 AI 열풍으로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구축된 AI 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다.

심지어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로 자리잡길 바라는 투자자 압박까지 나오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던 핀테크 스타트업 브렉스는 투자자 요구에 못이겨 결국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로 복귀했다.머스크도 AI 스타트업 운영 등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탠퍼드대 등 대학이 인접해 있고, 실리콘밸리 때부터 축적된 인재와 경험이 있다”며 “샌프란시스코에 전 세계 AI기업이 계속 모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고재우 기자·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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