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비데이터센터 사업자에는 재신청 안내
전기 알박기 방지·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목적
수도권 한 공사현장(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설이 올해부터 원천 봉쇄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력난에 발목 잡혔던 부동산 개발사업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올해 들어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 거부를 본격화하고, 일부 비(非)데이터센터 사업자에는 한전으로부터 전력 사용을 재신청하라는 안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수익형 부동산 개발을 추진한 A시행사는 한전 경기본부로부터 기존 전력사용 신청이 불허되면, 재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간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무분별한 수도권 내 전력 사용 신청에 기존 신청 건은 데이터센터와 비데이터센터를 가릴 것 없이 공급 불허가 예상되며, 용량·기간 등을 조정해 재신청하란 것이다.
A시행사는 오는 6월 중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특법)’ 시행 전까지는 데이터센터만에 대한 공급을 불허하고, 비데이터센터 측에는 공급 허가를 서두르겠다는 설명을 받았다. 한전 경기본부 관계자는 “경기본부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에서 모두 한시적으로 데이터센터 관련해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전 본사 측에선 “데이터센터만 공급을 불허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용량 고객의 전력 신뢰도 여부를 검토해 공급을 결정하라는 공문을 낸 것”이라고 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분특법 시행 전까지만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급을 불허하는 것은, 해당 법 시행 이후에는 어차피 10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등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대규모 입주하려는 데이터센터 등이 이 제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앞으로 수도권에서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 이상 전력의 신규 사용 신청 때 전력 계통 신뢰도 등에 영향을 주면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용량 사업자가 모두 대상인 것인데, 새해 들어선 아예 수도권 데이터센터만 콕 집어 전기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그간 일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무분별한 전기 사용 신청과 이로 인한 부작용,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전력공급 실태 감사를 실시했는데, 202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1001건의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예정 통지 중 67.7%(678건)가 실수요 목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허수 신청은 일단 데이터센터 설립을 명목으로 전력을 확보해, 시행 부지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기 알박기’로 풀이된다. 이에 이미 예정된 부동산 개발이 전력난에 미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불거진 바 있다.
이처럼 부동산 개발업이 전기 사용 신청에 발목잡혀온 상황도 고려해, 한전은 관련 업계와 소통하며 전기 사용 신청을 신속히 허가키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은 사업 인허가를 위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여년간 지자체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마지막 단계인 전기 사용 신청에 발목 잡히면 착공이 미뤄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자 등 손해가 불가피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은 PF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기에 준공 시기가 길어질수록 손해가 막대하고 자칫 대형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현재 일시 중단된 부동산 개발 사업이 여럿인데 건설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전력 사용 재신청이 빠르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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