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블루투스 이어폰이 2000원, 스마트워치도 2000원?”
배송비 얘기인가 싶지만, 아니다. 판매가격이다. 심지어 이 가격엔 배송비까지 포함돼 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다.
당연히 가품(짝퉁) 의심이 일고, 품질 걱정도 된다. 하지만 냉정히, 이런 가격이라면 그런 걱정도 기우이긴 하다. 2000원짜리 스마트워치인데, 무엇을 더 바랄까.
[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TEMU) 등 중국발 e커머스 업체의 공습이 무섭다. 그 여파가 창업 시장까지 강타했다.
최근 국내 창업 붐을 이끌던 게 온라인 쇼핑몰 등 소매업인데, 작년에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원인이 바로 알리 등 중국발 e커머스업체다. 각종 규제에선 오히려 국내 업체보다 자유롭고, 대규모 물량으로 초저가 공세까지 가능하니 국내 업체로선 버텨낼 재간이 없는 셈이다.
[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소매업의 신규창업이 작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매업은 온라인 쇼핑 문화 증가에 힘입어 신규 창업을 이끌던 업종으로 꼽혔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각종 플랫폼의 발달로 해외판매도 쉽다는 장점 때문에 연령대를 막론하고 신규 창업 수요가 쏠렸다.
실제 소매업은 전년 대비 2021년엔 13.4%, 2022년엔 11.6% 증가하며 꾸준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 흐름이 작년에 뒤바뀐 것. 작년엔 전년 대비 0.5% 감소,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중기부는 그 원인으로 “알리나 테무 등 중국발 대형 역외 해외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 국내 소규모 온라인 창업이 위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부적인 추세로 보면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작년 1분기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신규 창업이 7.9% 증가했었다. 그러다 2분기엔 1.2% 감소로 돌아서더니,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6.8%, 5.6% 감소하는 등 감소 폭을 키웠다. 12월엔 전년 동월 대비 21.6%나 급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최근 1년 간 월별 사용자 수 추이 [출처 = 모바일인덱스] |
같은 기간,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직구앱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월만 해도 알리의 월간 사용자수는 200만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엔 500만명을 돌파, 560만명에 이르렀다.
테무는 작년 4월엔 월간 사용자가 불과 6700명에 불과했으나, 8월에 33만명을 기록하더니, 불과 6개월 만에 459만명으로 급증했다. 중국발 온라인 플랫폼업체가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끄는 기간 동안, 국내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빠르게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테무 최근 1년 간 월별 사용자 수 추이 [출처 = 모바일인덱스] |
이들 중국업체들은 한국 시장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 포인트를 지급해주거나, 배송비를 포함해 천원에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모은 코너를 선보이는 식이다.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가품 논란에 이어 최근엔 선정적인 검색어나 추천어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국내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국내 판매자가 중국에서 상품을 매입해 판매할 땐 각종 관세 및 부가세, 인증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들 중국 직구앱은 이 같은 규제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심각성을 인지, 국내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 함께 온라인 유통산업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정부에 “중국발 e커머스업체의 급격한 성장으로 국내 소상공인과 제조사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의견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