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와 눈높이 맞춰서 재입찰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아파트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보류지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들은 기존 최저 입찰가보다 매물 가격을 낮춰서 보류지 판매에 나서는 상황이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3구역을 재개발해 지어진 ‘흑석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9월께 16억5000만원에 보류지 13가구에 대한 입찰이 진행됐으나, 올해는 15억7000만원으로 다시 시장에 나왔다. 이번 보류지 입찰에는 전용 84㎡(15가구)가 최저 입찰보증금 15억7000만원부터, 전용 59㎡(2가구)가 최저 입찰보증금 13억5000만원부터로 정해졌다.
지난해 첫 입찰을 진행할 당시에는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류지 최저 입찰가가 정해져 논란이 있었다. 매물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되자 매각도 쉽지 않았다.
이번 최저 입찰보증금은 가장 최근 실거래가 및 호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흑석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7월 15억9500만원에 손바뀜됐고,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은 저가 매물이 15억5000만원~15억8000만원 수준이다.
조합 측은 “단지가 아직 미등기 상태로 대출 제한돼 보류지 매각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 가격보다 낮게 팔릴 시 단지 저평가 등의 우려가 있어 더 가격을 낮추진 않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이어 “커뮤니티 완성과 학군 정비 등도 단지에 호재가 될 것이며 추후 매물 가격을 올리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지는 흑석뉴타운 총 1772가구로 조성된 대단지다. 지난해 7월 무순위 ‘줍줍’ 청약 경쟁률 82만대 1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광역시 남천동에 위치한 ‘더샵 남천프레스티지’도 보류지 매각을 재공고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공고 당시 최저 입찰보증금으로 제시한 금액보다 최대 2억5000만원 내린 상태에서 보류지를 매각한다. 전용 84㎡는 12억원에서 11억원으로, 전용 92㎡는 14억5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조합의 이같은 결정은 시세와 보류지 매매가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더샵 남천프레스티지는 남천2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아파트로 지상 최고 35층 10개동, 975가구 규모로 지난해 12월 전용 84㎡가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보류지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이 소송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 가운데 1% 범위에서 보류지를 정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조합은 일반분양과는 별개로 보류지를 분양하며, 가격은 조합 임의로 책정한다. 통상 조합이 정한 최저 입찰가부터 시작해 최고가 입찰 경매가 진행된다.
다만 보류지의 경우 현금 동원력이 관건이다. 보류지는 청약과는 달리 낙찰을 받으면 수개월 안에 대출 없이 잔금까지 모두 치러야해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보류지 입찰 매각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한 매각으로 전환한 단지도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르엘2차 조합은 보류지 매물이 가격을 낮춰도 세 차례나 유찰되자, 매각 공고를 올리는 대신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내놓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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