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오픈AI…소송 등 부정 이슈 ↑
1등은 괴로워? 챗GPT 저작권 소송도 계속
논란 많아도 ‘9000억 투자’는 순항 중
5일(현지시간) 오픈AI가 공개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메일 [오픈AI 공식 블로그]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픈AI는) 테슬라의 캐시카우(성장가능성은 낮으나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업)로 연결돼야 한다.”
2018년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 경영진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수신자에는 현재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도 있었다. 메일에는 오픈AI를 테슬라에 합병하는 제안이 담겼다.
5일(현지시간) 오픈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당 메일을 공개했다. 오픈AI는 “머스크는 과반수 지분, 초기 이사회 통제권, 그리고 오픈AI의 최고경영자가 되기를 원했다”며 이를 동의하지 않자 바로 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머스크가 올트먼과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의 오픈AI 소송이 폭로전으로 확대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공익을 위해 소송했다”는 머스크의 행보를 오픈AI가 정면 비판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챗GPT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 각종 이슈를 당면한 오픈AI는 회사의 성장과는 별개로 위험 부담이 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는 오픈AI의 사명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오픈AI와 샘 알트먼 오픈AI 대표를 고소했다. [로이터] |
앞서 머스크는 올트먼과 오픈AI가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한 미션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해 회사 설립 계약을 위반했다”며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고소장을 냈다. 머스크는 소장에서 당초 비영리단체로 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 이후 오픈소스 개발 원칙을 훼손했고,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회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오픈AI은 머스크의 고소가 ‘개인적 원한’이라고 반박했다. 오픈AI는 테슬라 합병 이야기가 “범용 인공지능(AGI) 구축을 위한 자본을 창출하기 위해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러한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왜 오픈AI가 설립 취지와 어긋났다고 주장하는 걸까.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시계를 2015년으로 되돌려야 한다. 당시 AI 기술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르는 ‘미지의 기술’이었다. 자칫 개발했다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오픈AI는 비영리 법인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2022년 챗GPT가 개발됐고, 투자를 계속받기 위해 오픈AI는 과거와 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고, 수익성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소송 전에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를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면서 “폐쇄적 최대 영리 기업, 의도한 바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P] |
이처럼 오픈AI의 몸집이 커지면서 각종 부정적인 이슈도 늘었다. 당장 지난해 논란됐던 ‘샘 올트먼의 해임 사태’ 문제도 남았다.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임 사태 당시 올트먼이 투자자들을 오도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그의 내부 소통자료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EC는 오픈AI의 전·현직 임원과 간부들을 통해 당시 올트먼의 내부 발언 내용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픈AI 관계자에게 소환장도 보냈다. 같은 이슈로 규제 당국과 맨해튼 검찰 등 사법기관도 오픈AI 경영진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IT업계에 화제였던 해임사태는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올트먼은 AI챗봇 장터인 ‘GPT스토어’ 출시 등 회사의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행보는 그와 이사회의 입장 차이를 벌렸고, 지난해 11월 이사회는 올트먼은 해임했다. 올트먼은 MS로 거취를 옮기기로 했다가 내부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2주 만에 CEO에 복귀했다. 이사회는 새로 구성됐다.
“인공지능(AI)가 강화학습을 위해 각종 저작물을 훈련하는 모습을 그려달라”는 프롬포트에 대한 이미지 생성AI '달리-3'의 결과물 |
내부 분쟁 만큼이나 챗GPT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챗GPT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현재는 대규모 소송전으로 번졌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자사가 발행한 수백만 건의 기사가 챗GPT를 훈련하는 데 활용됐다며 "고유한 가치가 있는 뉴욕타임스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및 사용과 관련해 수십억 달러의 법적 손해와 실제 손해를 피고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언론사가 오픈AI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문에 대해 자동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챗봇 형식의 챗GPT가 기사를 참고해 답변할 경우, 언론사 웹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스의 소송이 주목받긴 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오픈AI에 대한 소송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 원작자 카이 버드 등 11명의 유명 작가들이 건 저작권 위반 소송, 유명 코미디언 세라 실버먼 등 4명이 건 저작권 침해 소송도 현재 진행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X(엑스) [엑스 화면 갈무리] |
각종 분쟁과는 별도로 오픈AI 사업과 투자는 순항 중이다. 올트먼은 새 AI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최대 7조 달러(약 9331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이낸셜타임스(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싱가포르의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의 고위 임원들이 최근 몇 달간 투자 협의를 위해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여러 번 만났다고 보도했다.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국영기업이 오픈AI에 투자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자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투자를 협의하기도 했다.
올트먼도 분쟁과 관련된 개인적인 메세지를 따로 내진 않고 있다. 다만 올트먼은 머스크의 고소 소식이 전해지고 3일 뒤인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의미심장한 트윗 하나를 남겼다. “이 모든 일은 전에 일어났던 일이고, 이 모든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