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PC방. 금요일 저녁에도 한가한 모습.[이영기 기자/20ki@]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방학해도 애들이 안 오네요. 젊은 사람도 점점 줄고, 아저씨들도 나이 먹으면서 다른 취미를 찾고…결국 PC방은 도태될 거 같아요”, “8년 운영하던 PC방을 최근 정리했습니다. 지난해 나온 신작 PC 게임이 망한 걸 보고 ‘이제 PC방은 아니구나’ 깨달았습니다” (PC방 업주들)
한때 청년의 주된 취미 공간이었던 PC방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 PC방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감소세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PC토랑(다양한 식음료를 파는 PC방)’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감소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PC방 업주는 폐업을 알리며 사용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약 200만원의 튀김기를 6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PC방의 인기 감소와 운영 부담의 증가가 쇠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성능 PC의 가격 하락으로 개인 보급이 늘고, PC방의 전반적인 운영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이용자를 불러 모을 흥행 PC 게임의 부재도 한 몫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최근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PC방 업소는 8485곳(국세청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2만1647곳)과 비교하면, 14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의 연도별 PC 증감 추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PC방 수의 감소세도 거세다. PC방 수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1년 기준 PC방 수는 9265곳으로, 전년 대비 7.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8.4%로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 감소폭이 1.3%포인트 늘었다. PC방 수 감소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의미다. 한때 소자본 창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PC방 창업은 옛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PC방 수가 줄어드는 배경엔 커지는 비용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콘진원이 전국 1009곳의 PC방을 조사한 결과, 비용 부담이 가장 큰 항목은 ‘인건비(33.6%)’로 집계됐다.
그 다음은 PC 게임 이용료(24.6%)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의 79.3%가 전년 대비 운영 관련 비용이 ‘증가했다’라고 응답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PC 게임 이용료의 평균 비용은 5021만원이다. 전국 PC방의 연 평균 매출이 2억14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큰 비용이다.
[헤럴드경제 DB] |
이같이 PC방 운영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PC방 자체의 인기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우선 모바일 게임이 PC 게임을 밀어내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 분야별 비중에서 모바일 게임은 매년 비중이 증가하지만, PC게임은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2020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57.4%를 차지했던 모바일 게임은 ▷2021년 57.9% ▷2022년 58.9%로 꾸준히 성장하며 60%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반면 2020년 26%를 차지했던 PC 게임은 2021년 26.8%로 늘며 성장하는 듯 싶더니, 2022년 26.1%로 집계됐다. 모바일 게임의 확장에 밀려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PC방 인기 감소의 또 다른 배경에는 고성능 PC의 보급 확대도 꼽힌다. 실제로 PC방 이용이 잦았던 안모(31) 씨는 “최근엔 100만원이면 웬만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조립식 PC를 맞출 수 있다”며 “고성능 조립 PC를 갖기 쉬워지니 PC방을 찾는 일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 19 당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고성능 PC에 대한 개인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고성능 PC의 보급 확대가 PC 인기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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