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 SK-T 타워에서 열린 제40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계약 종료 후 ‘1년’ 간 창업 혹은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아야 한다.”
SK텔레콤이 임원급을 대상으로 ‘경업금지’를 의무화한다. 최근 이상호 전 SKT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카카오에 합류하는 등 경쟁사로 인력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업금지 위반 시 지급한 퇴직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 나아가 회사가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마련했다. 경업금지란 회사의 영업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사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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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T 제 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원보수지급규정 개정의 건’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원은 법적 기준보다 많은 퇴직금을 지급 받되,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법정 퇴직금을 상회하는 액수를 반환해야 한다. 또 회사는 경업금지를 위반한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퇴직금을 더 주는 대신 1년 동안 취직 혹은 창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이직’을 막는 장치이기도 하다.
대상 임원은 직무대행을 제외한 임원, 자체 임원 중 직군의 전문성을 보유한 임원, 그룹 관리 임원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임원 계약서상에는 경업금지가 포함돼 있지만, 이참에 규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는 게 SKT 측의 설명이다.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SK텔레콤 제공] |
시점이 묘하다. 이달 들어 이상호 전 SK텔레콤 CTO가 카카오에 입사한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카카오가 신설키로 한 인공지능(AI) 전담조직 ‘AI 부문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SK사업단장을 지내고, SK텔레콤 AI스피커 ‘NUGU(누구)’ 개발을 주도한 임원이 경쟁사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 2021년 12월까지 11번가 대표를 지냈던 그는 이듬해인 2022년 1월 SKT CTO로 자리를 옮겨 한 해 동안 재직했다. 이 전 CTO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I 개발자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수요가 상당한 만큼, 관련 임원들의 이직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T가 경업금지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적용 대상 임원으로 ‘전문성을 보유한 임원’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 SKT는 규정 개정은 이 전 CTO와 무관하고, 임원에 대한 취업 제한도 유연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SKT 관계자는 “이 전 CTO 사례는 회사에서도 문제를 삼지 않는 분위기”라며 “(규정을 개정했지만) 1년 내 취업 및 창업을 한다고 해서 회사가 무조건 소송을 걸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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