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는 주말 10팀씩 몰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무주택자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주 눈 여겨 보고 있는 성동구 한 아파트 급매가 떴다는 소식에 회식 도중 뛰쳐 나가 집을 보고 곧바로 가계약금을 입금하겠다고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매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박 씨에 이어 해당 매물을 보러온 사람도 계약 의사를 밝혔고 이에 매도자가 마음을 바꿔 매도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최근 급매 물건을 계속 찾아다니는데 고민할 시간도 없이 하루 새 다 나가버리더라”면서 “곧 이사를 가야해서 전세로 알아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거래량이 올해 들어 슬금슬금 회복세로 돌입하면서 서울 아파트 급매는 동이 나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 2569건으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413건)에 비해서도 1000건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거래량이 늘어남에도 매물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아파트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매매 물건은 급격하게 느는 중이다. 이달 12일 이후 매매 매물이 8만건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이날 기준에도 8만3320건으로 집계됐다.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 매물만 빠르게 거래돼서다.
성동구 한 중개사는 “매수자들 급매 위주로 찾고 있어서 저렴한 물건은 빠르게 나가는 상황이기는 하다”면서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어떤 단지는 급매 보러 일주일 새 10팀이 오기도하고, 초급매 물건은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한 중개사 역시 “급매 매물은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굳이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싸게 내놓으면 금세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6월 말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다수 도래해 총선 이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 가격과 큰 연관은 없다”면서 “통계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이 단기 저점이고, 현재는 매수-매도자의 눈높이가 상당히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급매 위주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붙으면서 강남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가를 경신하거나, 최고가와 근접한 거래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28억3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은 지난 15일 전용 149㎡가 32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34억원, 2023년 1월)의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직전 거래(30억4000만원, 2023년 9월)보다는 1억6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는 16주 만에 멈춰 보합권에 진입했다.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 커지고, 전세가격은 줄곧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5월 상승 전환한 뒤 4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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