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10∼15도로 예보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 앞에서 반팔을 입은 시민(왼쪽)과 전국적으로 꽃샘추위가 찾아온 같은달 18일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목도리를 두른 시민 [연합뉴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언제 꽃망울을 터뜨릴지 마음을 졸이던 것도 잠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벚꽃이 만발했다.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두고 벌어진 소동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 변동성이 커지면서 앞으로도 정확한 벚꽃 개화일을 맞추기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두 달 전부터 공연이나 교통 통제 등을 염두에 두고 축제를 준비해야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게 큰 숙제가 됐다.
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일인 3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서로에서 시민이 우산을 쓰고 벚나무 아래를 걷고 있다. 영등포구는 이날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여의서로 국회 일대에서 영등포 여의도봄꽃축제를 개최한다. 이상섭 기자 |
전국 주요 벚꽃 축제들은 대부분 축제 일정을 조정했다.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는 지난 2일로 막을 내렸지만 서울 영등포구는 국회 뒤편 여의서로 벚꽃길의 교통 통제를 4일 오후 10시에서 8일 오후 2시로 연장했다. 윤중로 벚꽃 군락지 내 관측목이 축제 3일 차였던 31일에야 개화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속초시는 축제를 한번 더 개최하는 방식을 택했다. 올해 ‘영랑호 벚꽃축제’는 지난달 30~31일에 열기로 계획했으나, 예상보다 늦어진 벚꽃 개화에 오는 6~7일 2차 축제를 진행한다. 다급했던 속초시는 개막을 사흘 앞둔 27일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며 긴급 공지를 알리기도 했다.
축제 자체를 연기한 곳들도 있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달 22~24일로 예정됐던 ‘대릉원 돌담길 벚꽃축제’를 일주일 연기해 29~31일 열었다. 강원 강릉시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경포 벚꽃축제’를 일주일 미뤘다.
그도 그럴 것이, 벚꽃 없는 벚꽃 축제로는 허탕을 치기 쉽다.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진해군항제’를 개최했던 경남 창원시는 흥행 실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달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4월 1일까지 열흘 간 진행된 올해 군항제에는 지난해 420만 명에 비해 120만 명(28.5%) 줄어든 약 30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3월 28일 오후 우산을 쓴 관광객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에서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 |
사실 벚꽃이 늦장 개화를 한 건 아니다. 지난해보다 닷새 가량 늦기는 했으나, 역대 다섯 번째로 빠른 개화(서울 기준)다. 이른 벚꽃 개화일이 2021년(3월 24일)과 2023년(3월 25일)로 최근에 몇년 새 몰린 탓에 상대적으로 기다림이 길었을 뿐이다. 서울의 평균 벚꽃 개화일은 4월 8일이다.
개화 시기 예측에는 주로 ‘적산 온도’라는 개념이 활용된다. 벚꽃의 꽃눈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꽃을 피기까지 일정한 온도가 쌓여야만 꽃망울을 틔우는 셈이다. 매일 평균 기온에서 벚꽃의 기준 온도를 뺀 값을 매일매일 더해야 한다.
서울대 이은주 생명과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벚꽃은 5.5도 이상의 일 평균 기온이 쌓여 106.2도에 이르러야 꽃을 피운다.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이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며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문제는 매일매일의 날씨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온 변동성이 극대화한다는 게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예측 기관은 벚꽃이 3월 말께 개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겨울은 따뜻한 편이었던 터라 3월 기온이 무난하다면 벚꽃도 이르게 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1973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올 겨울은 두 번째로 더웠고, 2월은 가장 기온이 높았다.
막상 3월을 나고 보니 올 3월은 따뜻하기는 했으나 ‘역대급’은 아니었다. 3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6.9도. 관측 사상 가장 따뜻했던 지난해 3월 전국 평균 기온(9.4도)보다는 2.5도 낮고, 역대 평균 기온(5.97도)보다는 1도 가량 높았다.
이같은 기온의 추이를 반영하듯 올해 벚꽃 개화일은 지난해보다는 늦었지만 평년보다는 7일 빨랐다.
벚꽃 개화일을 2일로 예측해 유사하게 맞춘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벚꽃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내내 춥다가도 일주일 가량만 기온이 높아지면 금방 개화한다”며 “실제로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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