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에 시공사 리스크 ↑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건설 공사장 곳곳에서 시공사의 유동성 위기가 뇌관이 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시행자들은 가뜩이나 적정 공사비를 맞추기도 어려운데, 건설사의 자금난 등으로 시공계약을 해지하면 대체 시공사를 찾는 것은 더 어려워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지역주택조합은 지난해 말 전라남도와 담양군으로부터 구조안전심의까지 마치고 착공계 접수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시공사 한국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시공도급계약해지와 대체 시공사 찾기에 나서왔다. 전남 지역에서 ‘아델리움’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건설은 자금 경색으로 인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조합은 결국 평당 500만원대 공사비와 기존 설계 변경사항 없이 착공 준비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시공참여 의향을 밝힌 다른 건설사를 선정키로 했다. 기존 시공사가 제시한 수준의 공사도급계약금으로는 대체 회사를 찾기 힘들었고, 메이저급 시공사는 평당 공사비 700만원대로 감당키 어려웠단 설명이다.
해당 조합처럼 착공 전에 대체 시공사를 구하는 곳은 다행인 편이다. 공사에 돌입한 이후 건설사 부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면 대신할 곳을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특히 공사비가 계속 오르며 기존 조건과 비슷하게 맞추는 것과 제때 입주하는 게 어려워진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사업이 중단되고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이자는 계속 나가 금융비 부담도 상당하다. 시공사 교체와 더불어 설계까지 바뀌면 더욱 시간은 지연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착공 준비 등이 완료된 이후에는 대체 시공사가 설계 변경을 요구할 시, 또다시 사업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를 찾기가 어려워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보증사고가 발생한 울산 울주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 루츠’, 전남 여수 ‘율촌 다이아뎀’, 광주 동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등 사업장은 일반 분양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 ‘환급 이행’이 결정됐다. 일반 분양자들은 계약금 및 이자 손실에도 불구,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체 시공사를 구하기가 어려워 분양권 대신 환급 이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비업계 전반적으로는 지방·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계속되며 건설사들도 주택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자,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며 계약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그간 주민 사이에선 공사비가 높고 아파트 브랜드에 불만을 표하며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사업 속도가 느린 인근 사업장 공사비와 비교하자 그런 불만도 수그러들었다”며 “증액 요청이 있더라도 최대한 현재 시공사와 원활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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