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D 발생 우려 속 발주처-시공사 갈등
“공매 넘어가면 시공사만 손실 불가피”
LF 안양 물류센터.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수도권 한 물류센터 재건축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를 앞두고, 시공사가 발주처와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해당 건설사는 PF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했는데, 이번 만기 연장 불가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공매 절차에 돌입하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현재 물류센터 공실이 넘치는 상황에서 공매로 넘어가면 제값에 처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안양물류센터 재건축 사업은 다음달 말경 PF 대출 만기일이 도래해 EOD 발생을 앞두고 있다. 이에 담보대출 전환 혹은 대출 만기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사업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934 일대에 연면적 9만5474.5㎡ 규모로 지하 2층~지상 8층(저온 6개층·상온 3개층·지원시설 1개층) 물류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LF그룹이 이 사업을 위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코크렙안양이 발주했고, 시공사는 DL건설이다. 2020년 9월 체결된 도급액은 약 1190억원이며 지난해 이미 준공됐다.
앞서 지난해 대출 연장 시에는 대주단의 선결 조건(임차인 70% 이상)을 충족하지 못 한 이유 등으로 시공사가 일단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그러나 다시 만기가 돌아오게 된 상황에서 LF 측의 담보대출 전환이 필요하며, 임차인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담보대출 전환을 위해선 LF그룹이 약 540억원 규모의 우선주 증자를 해야 한다. LF그룹은 보통주 120억원 증자 외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기 연장을 위한 신용보강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란 게 DL건설 측 주장이다. DL건설 관계자는 “본 PF 만료 후 담보대출 전환 및 임차인 모집은 발주처가 진행해야 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EOD가 발생해 공매에 부쳐지면, 그간 PF 신용보강을 진행했던 시공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최근 수도권 전반에 물류센터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는 등 침체기를 맞고 있어서다. 공매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운좋게 낙찰자가 나타나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으로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주처가 EOD 발생 우려에도 선제적 조치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양물류센터 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에서 LF그룹은 계열사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420억원을 출자했는데, 해당 부지는 LF그룹의 소유이므로 약 900억원을 토지비로 선지급 받아 손해볼 게 없어 소극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LF그룹 관계자는 “다음달 PF 기간 만료 시 연장을 포함한 여러 방안이 내부 검토되고 있다”며 “해당 시점에 확정된 방안이 공시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측도 “임차인 증가 등으로 EOD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동산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PF 사업에서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건설사의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슈되는 물류센터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할 때 발주처가 공동 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상환 부담을 덤터기 쓰게 돼 갈수록 위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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