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행복지수 OECD 회원국 최하위
유엔 조사 지수 항목 ESG 내용과 직결돼
“ESG 공시 앞선 유럽 비해 한국 이행 늦어”
SK ‘교육입국’, 유한양행 ‘기업보국’ 본보기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30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ESG학회가 주최한 제3회 세계ESG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
[헤럴드경제(제주)=김은희 기자]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제경제시장의 제1 무역조건이 된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의 ESG 경쟁력이 높이는 것이 곧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수출 장벽을 뚫는 것입니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17대 국회의원)는 30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ESG학회가 주최한 제3회 세계ESG포럼에서 “한국은 기업의 ESG 보고의무를 2030년으로 늦추는 등 세계 흐름과 괴리가 크다”면서 우리 기업의 ESG 실천력 제고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세계 ESG의 근원과 한국 ESG의 현 단계’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우리나라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몇 위인지 아느냐”고 운을 떼고는 “오늘날 유엔이 조사하는 국민행복지수는 사회적 신뢰와 상부상조,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너그러움, 구매력 기준의 국민소득, 빈부격차, 부정부패의 정도에 의해 정해지는데 이는 ESG 내용과 직결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 등 경제주체의 ESG 실행 수준이 시민행복의 바탕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실수요자가 시민이기에 기업 활동이 시민의 삶의 질과 행복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데, ESG 개념으로 그 사실이 더욱 확실하게 부각됐다고 봤다.
그는 “ESG 수행주체의 그 실천 수준이 소속 사회공동체 시민의 실질적 행복을 좌우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나 상부상조, 부정부패의 정도 등을 감안하는 것과 함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임을 아무리 강조해 봤자 많은 국민이 달가워하지 않거나 믿지 않는 이유는 양극적 빈부격차와 경제불평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행복지수는 조사대상 146개국 중 59위로 중후진국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최하위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의 ESG가 세계 경제대국 10위권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와 국제금융기구에서도 기업의 ESG 평가를 바탕으로 교역과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추세라 제대로 부응하지 않을 경우 여러 불이익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ESG 발전을 이끈 중요 문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7대 의제를 규정한 ISO 26000과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등을 소개했다. ISO 26000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7대 의제로 인권, 노사관행, 공정거래, 환경, 지배구조, 지역공동체 참여, 소비자 이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EU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을 2023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고 기업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는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정부가 상장 기업의 ESG 정보 보고를 2030년부터 이행하도록 계획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면서 “관련 법률 개정안도 구속력 없는 권고규정이어서 기업의 ESG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홍(오른쪽 다섯번째부터)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고문현 한국ESG학회장(숭실대 법대 교수) 등 주요 관계자가 30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ESG학회가 주최한 제3회 세계ESG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
기업의 자율 외에 국회와 정부가 법률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ESG 실천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국가재정법, 중소기업진흥법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해 기업이 ESG 수행 실태를 보고하고 공개하도록 하면 자율 활동과 함께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금융기관의 여신 심의와 정부의 정책 지원에서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ESG 평가표준’ 정립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ESG의 정신적 뿌리를 찾아 공유하도록 하는 연구와 교육도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의 ESG 경영이 기업마다 아직 균질적이지 않고 차이가 많다”면서 “한국의 선구적 기업인 자체에 내재돼 있는 ESG 정신과 철학을 재조명함으로써 자긍심을 갖고 자율적으로 ESG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SK그룹과 유한양행을 K-ESG의 기반 사례로 제시하며 “SK그룹 창업자 최종현이 실천한 ‘교육입국’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알려 주는 K-ESG 철학의 징표였고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의 ‘기업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은 오늘날의 ESG 경영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시민의 역할론도 제시했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ESG 수행에 대해 법제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하는 과제를 미온적으로 할 때 그 대안 역할을 시민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깨어 있는 시민이 ESG 운동에 적극 나서고 이것을 각종 선거의 투표로 반영할 때 한국의 ESG는 수준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교수는 “ESG는 기업 경영에서 규제라는 독이 아니며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함으로써 해외의 투자유치와 수출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하는 보약이라는 인식을 정부, 기업, 국회, 시민사회가 공유해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