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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1년, 절반의 성공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게티이미지뱅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오는 7월이면 본격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디폴트옵션은 대기성 자금을 금융 상품으로 흡수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도입의 목적에 맞도록 정비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 제도와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IRP) 가입자들이 정기예금과 같이 만기가 있는 상품에 가입했다가 만기가 됐는 데도 운용지시 하지 않을 때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가입되도록 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운용지시 하지 않아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됐는 데 이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디폴트옵션은 오랜 논의 끝에 지난 2021년 12월 9일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22년 7월 5일 근퇴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7월 12일부터 도입됐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DC형 8조5993억원, IRP 3조9527억원으로 총 12조552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말 기준 DC형 적립금이 총 97조778억원, IRP가 75조618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각각 8.86%, 5.23%의 비중이다. 2022년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대기성자금 비중이 DC형은 4.66%, IRP는 7.75% 정도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자금을 디폴트옵션이 흡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디폴트옵션에 가입하는 ‘옵트 인(Opt-in)’ 자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디폴트 옵션 적립금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제때 운용지시가 이뤄지지 않는 자금이 많다는 의미여서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생계 등의 일로 바빠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자금이 어느 정도 규모를 피할 수 없다면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기대수익률과 투자 위험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4가지로 나뉜다. 초저위험은 은행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되고 나머지는 정기예금과 타겟데이트펀드(TDF), 자산배분형펀드 등으로 적절하게 배분, 구성돼 있다. 제도 도입 당시 증권사와 은행 및 보험업권 간의 치열한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원리금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된 초저위험 상품이 포함됐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초저위험의 비중이 전체 디폴트옵션 가운데 89.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저위험 5.4%, 중위험 3.2%, 고위험 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연금상품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데다 코로나 이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 영향으로 보인다. 애초 제도 도입 이전 ‘대기성 자금’도 낮은 수준이나마 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에 정기예금 만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상품의 포함은 제도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았다. 결국 ‘초저위험 쏠림’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라는 디폴트 옵션의 애초 도입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됐다. 지난 1년간 디폴트 옵션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지금부터는 제도가 애초 목적에 맞도록 가동될 수 있게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가입자들의 디폴트옵션 지정률을 높여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 등을 통해 디폴트 옵션 지정을 안내하고 있지만 무관심 등으로 지정하지 않는 가입자들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 디폴트옵션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가입자들도 많다. 가입자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꾸준한 안내가 필요하다.

둘째, 가장 보수적인 ‘초저위험’ 유형이라도 투자 상품을 일정 부분 포함할 수 있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 최소 10%만이라도 투자 상품을 포함할 수 있도록 완화하여 본래 제도 도입 목적인 수익률 제고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원리금 보장상품만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유형은 제도 도입 이전의 ‘대기성 자금’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디폴트옵션에 들어가는 상품의 종류를 더욱 다양화하고 상품의 편출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완화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각 금융회사의 대표상품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어떻게 운용해야 할 지 잘 모르는 가입자들이 금융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언제든지 선택해 운용할 수도 있다. 각 금융회사들이 자신의 운용역량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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