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재편…수익성 개선 자문·기초소재 임원 감축도
해외법인 매각 가능성도 거론…포트폴리오 고도화 속도
이훈기(왼쪽)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지난달 인도네시아 라인(LINE·LOTTE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 건설현장을 직원들과 함께 둘러보는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이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과 해외법인 매각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신사업 투자 확대 등이 순차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배터리 소재와 기능성 첨단소재, 수소 등 신성장 사업 자회사에 대한 출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지난달 5일 미국 내 배터리 소재 법인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 USA에 184억7800만원, 지난달 29일에는 기능성 첨단소재 생산 자회사 삼박엘에프티㈜에 6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또, 같은 달 9일에는 관계기업인 클린H2인프라펀드에 132억6000만원을 출자키도 했다.
수년째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자회사 출자를 늘린 것은 롯데케미칼이 최근 진행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난 9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시 “범용 석유화학 사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신성장 사업 육성을 강화해 이전보다 속도감 있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훈기(오른쪽) 롯데케미칼 대표가 지난 20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를 크게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한다. 이번에 출자를 늘린 기업 3곳 모두 신성장 동력으로 분류되는 ▷첨단소재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에 속한다.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 USA와 삼박엘에프티㈜ 모두 롯데케미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설립한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 USA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삼박엘에프티㈜는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고기능성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클린H2인프라펀드는 글로벌 수소 투자 펀드로, 롯데케미칼은 앞서 2021년 해당 펀드에 1억유로(1400억원)을 투자키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25일 한영회계법인과 수익성 개선 자문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키도 했다. 이는 기존에 한영회계법인이 수행하던 회계감사와는 별개의 계약이다. 자산 경량화(Asset Light)를 추진 중인 기초화학 분야 등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계약규모는 11억2000만원이며 기간은 오는 8월9일까지다.
최근에는 임원 감축까지 단행했다. 이 역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31일부터 4월14일 사이 퇴임한 임원만 7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6명이 기초소재 사업 관련 임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 대표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사업의 효율성은 극대화함과 동시에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롯데케미칼은 해외 법인에도 칼을 빼든 상태다. 경쟁력이 악화된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장을 정리해 사업구조를 보다 효율화하겠다는 차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지난해 중국 내 기초소재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팔았다.
일단 말레이시아 소재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생산기지인 LC타이탄은 과거 롯데케미칼의 대표 캐시카우였지만 중국의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여파로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가 됐다.
기업가치가 2010년 인수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지금이라도 매각하는 것이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매각 절차에 본격 돌입하진 않았지만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잠재 인수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LC타이탄의 적자 폭이 최근 들어 더욱 커진 데다 사업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돼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말레이시아 현지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무산된 파키스탄 법인 매각도 여전히 유효한 방안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파키스탄 현지 기업과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LCPL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지 정치·경제 상황 악화로 불발됐다. 2020년 울산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롯데케미칼 LC타이탄 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PTA 사업 정리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LCPL가 꾸준히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매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해외 사업의 매각 여부와 매각 시기 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는 중”이라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한계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 5조861억원과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적자폭은 줄어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액 5조2431억원, 영업손실 413억원다.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적자폭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 영업손실 추정치는 527억원으로 2022년 7626억원 손실, 지난해 3477억원 손실에 비해 적자폭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본사에서 약 2시간 동안 임원 및 팀장들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강한 실행력과 정신력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한다면 현재의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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