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현재와 미래 강연
휴머노이드, 신기술 시험할 플랫폼
AI 로봇 위협, 로봇학자의 딜레마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설립자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에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
“빠르고 힘센 로봇을 인공지능(AI)이 조종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 학자로서 로봇에 어느 정도 책임을 줄지는 늘 딜레마다.”
세계적 로봇공학자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설립자는 지난 5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헤럴드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이노베이트코리아 2024’에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을 주제로 로봇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오 설립자는 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로 현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 개발을 주도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주최한 로봇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적인 로봇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개’와 함께 연단에 오르며 강연을 시작했다. 계단 앞에서 잠시 머뭇대던 로봇개는 이내 한 발씩 내디뎌 7칸을 단숨에 올랐다.
오 설립자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에 대해 설명하며 운을 뗐다. 그는 “누구도 인간 형태로 로봇을 만들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사람의 생활 공간에서 실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을 닮게 됐다”며 “스스로 자동차에 타거나 문을 여는 등 다양한 일을 하려면 인간의 모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머노이드에 대해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고 너무 미래지향적이라고 평가가 있다”며 “역으로 휴머노이드에 투입되는 부품에 높은 완성도가 요구되는 만큼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설립자는 휴머노이드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자율성과 안정성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로봇에 AI를 접목해 알아서 원하는 일들을 수행하길 바라지만, 빠르고 힘이 센 로봇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리적 영향력이 큰 로봇일수록 사람의 간섭이 필요하고, 힘이 약한 로봇일수록 자율성을 줄 수 있다”며 “로봇에 어디까지 책임을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이 로봇 공학자들의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또한, AI를 활용한 로봇 훈련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AI는 카메라를 통해 시각 정보를, 손가락 등으로부터 촉각 정보를 습득한 뒤 로봇이 기억하게 만들어 전통적인 훈련 방법을 대체하고 있다. 자연어, 청각, 시각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 다각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멀티모달(Multi modal) 방식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에 이어 오 설립자는 휴보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휴보는 15초간 하체로 리듬을 타며 말춤 손동작을 따라 했다. 음악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얼굴 밑에 ‘브이(V)’를 한 손을 갖다 대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로봇 오퍼레이터(Robot Operator)가 양팔 로봇에 컵쌓기를 가르치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오퍼레이터가 양팔 로봇과 구조가 동일한 장치를 조작하자 양팔 로봇도 동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팔 로봇은 한 손만으로 한 줄로 쌓인 컵 6개를 분리해 3층으로 쌓은 뒤, 다시 한 줄로 이어 붙이는 동작을 성공해 냈다.
대전=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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