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정밀타격, 효과 높이고 치료기간 단축
높은 비용 관건, 췌장암 6천만원, 간·폐암 7천만원
하반기엔 두경부암으로 적용 암종 확대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중입자치료 시작 전 환자를 살피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전립선암으로 시작했던 중입자치료가 폐암 환자에까지 확대됐다. 방사선치료 중 하나인 중입자치료는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기간은 단축시키며, 부작용은 줄이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높은 비용은 관건이다. 중입자치료는 비급여 치료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상당하다. 치료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췌장암 6000만원, 간·폐암 7000만원 등 수준이다.
연세암병원은 25일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첫 환자는 폐암 초기 진단을 받은 김모씨(65세)로, 일주일 동안 총 4회의 중입자치료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최초 진단을 받았다. 이때는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가 쉽고, 중증이 많다.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다.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어 수술을 못 하는 경우도 흔하다.
폐암 중입자치료에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가 이용된다. 연세암병원에는 전립선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1대와 이외 암종을 치료하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가 있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가 360도 회전하면서 암 발생 위치 등을 고려해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중입자치료의 3㎝ 이하의 초기 종양 3년 국소제어율은 95% 이상이고, 더 큰 종양 국소제어율도 80~90%에 달했다. 국소제어율은 치료 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또 방사선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방사선폐렴’의 발생률도 중입자치료에서는 3% 이하에 불과했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최대 20% 낮은 수치다.
수술이 어려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폐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중입자치료의 장점이다. 중입자치료는 정상 장기를 피해 암세포에서만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폐를 보호할 수 있다.
일본 군마대학 자료에 따르면 방사선폐렴 발생률도 7.6%에 그쳤는데, 같은 간질성 폐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기존 방사선치료를 적용했을 때(30%)와 대비된다.
아울러 이달 초 췌장암과 간암 3기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폐암에 이어 하반기에는 두경부암까지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 비급여 치료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은 큰편이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간암 7000만~7500만원(치료 횟수·4~12회), 췌장암 6000만~6500만원, 폐암 7000만~7500만원 등으로, 국제 평균보다 1000만~2500만원 가량 저렴하지만,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폐암 환자에 중입자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웠다”며 “추후 면역항암제 공고 요법 등 환자 치료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계속 넓힐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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