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개공원’ 설계공모 당선작…108동 뼈대 살리는 방안 제안
반포주공1단지 조합 “조합원들 반대…전면 철거 원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 현장. 옛 아파트인 108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 재건축 공사 현장. 고층 신축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인 공터 한 편에 허름한 옛 아파트 한 동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서울시가 2017년 ‘정비사업 역사유산 남기기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도입 당시 흉물 논란을 빚으며 “사유재산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시절 강력하게 추진했던 재건축 ‘한 동 남기기’ 정책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시가 구조물 보존을 추진했던 개포주공 1단지 15동, 개포주공 4단지 429동과 445동, 잠실주공 523동이 모두 철거됐다. 이런 가운데 아직 원형이 그대로 남은 반포주공1단지 108동의 보존·활용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합은 108동 전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서울 반포 한강변 올림픽대로 ‘반포 덮개공원’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공개했다. 이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올림픽대로 상부를 공원으로 만드는 것으로, 재건축 사업지인 반포주공1단지와 반포한강공원을 연결하는 일종의 공중정원이다. 앞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6월 총회에서 108동 보존·활용계획을 철회하고 같은 자리에 덮개공원 등 공공기여 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1980년대 지어진 개포주공4단지 아파트 429동 하부 벽체 일부를 보존해 공원을 조성했다. [독자 제공] |
하지만 조합의 전면 철거 요구와 달리, 108동의 철골을 뼈대로 시멘트 건물을 만들어 ‘주거역사전시관’으로 활용하는 설계안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 국제설계공모에 후보로 올라온 설계안 6개 중 5개는 108동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을 담고 있었지만, 이를 제치고 108동 보존·활용 방안을 고수한 설계안이 최종 당선된 것이다. 이에 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108동을 전면 철거하지 않으면 찬성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라며 “이미 서울시에 설계안 수정 의사를 전달했고, 실제로 설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은 개포주공, 잠실주공 등 다른 재건축 사업지의 한 동 남기기 사업이 철회된 상황에서 반포1단지만 따라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제설계공모 당선 팀은 오는 9월 반포주공1단지 조합 총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설계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조합은 총회 전까지 설계안을 변경할 수 있도록 서울시·설계팀과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설계를 마무리하기까지 14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108동 철거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지난해 열었던 총회에서 108동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의결한 만큼, 주민 의견을 수용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도시정책 중 하나인 한 동 남기기는 2012년 서울시가 발표한 ‘근현대 유산의 미래유산화 기본구상’에서 출발했다. 건축 현장에 옛 아파트 건물 일부를 남겨놔 미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다. 초기 주공아파트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적용됐으나, 순차적으로 한 동 남기기를 철회했다. 개포주공1·4단지는 옛 아파트 자리에 공원을 조성했고, 잠실주공5단지는 문화시설로 변경하는 대신 임대주택을 더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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