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통한 남녀간의 만남을 소재로 큰 화제를 모였던 1997년 영화 ‘접속’.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한때 ‘네카오’였던 서비스, 역사 속으로”
PC통신 시대의 문을 연 천리안이 사라진다. 통신, 메일 등 유료 서비스를 제공했던 천리안은 인터넷 포털의 등장으로 쇠락한 후 명맥만 유지해왔다. 결국 오는 10월 서비스 자체를 종료하기로 했다. 시장의 축소와 포털 서비스의 강세 등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천리안은 공지사항을 통해 ‘천리안 서비스 종료 안내’를 공지했다. 오는 10월 31일 메일 서비스 및 전반적인 서비스의 운영이 종료된다고 안내됐다.
운영 종료 절차는 오는 11일부터 시작된다. 우선 ▷메일 및 주소록 백업 ▷메일 자동전달 ▷메일 주소 변경안내 신청 등이 가능해진다.
또 8월부터는 천리안 이용 기본료도 무료로 전환된다. 이어 9월에는 뉴스, 문자, 인물·운세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가 종료되고, 천리안 캐시 환불 절차가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오는 10월 천리안 메일 수·발신 중지와 함께 천리안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천리안 서비스 종료 안내. [천리안 공식홈페이지 캡처] |
1985년 문을 연 천리안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PC통신의 호황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PC통신 서비스 기업이다.
PC통신은 현재의 네이버, 다음 등 검색을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전화선의 회선을 통해 PC 간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국내 PC통신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천리안은 1998년 당시 PC통신 사상 최초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PC통신 기반으로 각종 동호회 등이 생겨나며 현재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카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앞서 통신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당시 생겨난 각종 동호회를 통해 결혼까지 했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史)에 획을 그은 천리안은 ‘LG유플러스’의 전신 중 하나인 ‘데이콤’의 자회사 서비스로 출발했다. 당시 데이콤의 천리안 운영은 인터넷포털서비스 자회사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이 담당했다.
이후 데이콤은 2009년 LG텔레콤에 파워콤과 함께 흡수 합병됐다. 합병을 통해 지금의 LG유플러스가 탄생한 후 데이콤의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은 지금의 ‘미디어로그’로 사명을 바꿨다.
미디어로그는 천리안 운영을 담당하며 최근까지 메일함 이용 등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거대 포털의 무료 메일 서비스에 밀려 매출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천리안의 운영 종료에 대해 “PC 통신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포털 등 경쟁 서비스도 많이 늘어났다”며 “인터넷 통신사(史)에서 PC통신의 문을 연 서비스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간 유지했지만 운영상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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