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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강이야?” 믿기 힘든 ‘광경’…순식간 차오르는 도로 어쩌나 [지구, 뭐래?]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 방향 도로가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홍수가 나면 도로는 하천이 된다”

생각해보면, 맞다. 흙과 달리 도로는 물을 흘려보낼 뿐, 물을 품지 못한다. 마치 수로와 같다.

2022년 8월 9일 서울 강남·동작·서초구 일대가 물에 잠겼다. 시간 당 141㎜의 폭우가 쏟아지면서다. 도로는 순식간에 하천처럼 변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단시간 내에 강한 비가 내리는 극한호우는 어느덧 ‘뉴노멀’이 됐다. 그리고 극한호우로 도로는 순식간에 강으로 바뀐다.

이같은 홍수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 침수 예측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대책은 극한호우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헤럴드DB]

서울시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은 지난 17일 발간한 ‘딥러닝 기반 도로침수심 분석 모델 개발과 서울시 활용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홍수 시 도로는 하천 역할로 침수 피해를 야기한다”며 “도로 침수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비를 흡수할 만한 땅이 없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돼 빗물이 통과할 수 없는 ‘불투수면적’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면적의 54%가 불투수면적이다. 인명 사고까지 났던 강남역 일대의 불투수면적은 90%를 넘어설 정도다.

물론 도시에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땅이 많은 만큼 빗물을 모을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지하 40~50m 깊이에 초대형의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을 만들거나 곳곳에 빗물펌프장, 빗물저류조 등이 있다.

지하차도 침수 [인천소방본부 제공]

문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설계된 용량을 넘어버린다는 데 있다. 지난 2022년 8월 한강 이남 지역에서 내린 비는 시간 당 100㎜가 넘었다. 이 정도 강수량은 최소 100년에서 수백 년에 한번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실제 지난 100년 간 우리나라에 오는 비는 점점 거세졌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지난 106년 동안 강수량은 10년에 16.3㎜씩 늘어났으나 강수 일수는 변화가 없었다. 즉, 같은 시간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경향성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앞으로 재난 수준의 집중호우가 찾아올 확률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수도권 곳곳에 폭우가 내린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인근 북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이 폭우로 침수돼 차량 운전자들이 서행 운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PEC기후센터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한반도 유역별 극한 강수 변화 전망’(2023년)은 별다른 탄소 감축 노력이 없는 한(고탄소 시나리오) 100년에 한번 내릴 비가 2021~2040년에 2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41~2060년에는 46%, 2061~2100년에는 53% 증가할 전망이다.

만약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한다면(저탄소 시나리오) 2021~2060년까지는 100년에 한번 내릴 비가 31%, 2061~2100년에는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앞으로 탄소배출량에 따라 집중호우의 빈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APEC기후센터는 “탄소 중립 정책의 효과로 지구온난화를 감소시켜서 홍수 원인이 되는 극한 강수의 감소로 인한 홍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침수레벨별 침수심 설정 결과 [서울시연구원]

당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만큼 홍수 대응책을 갖춰가야 한다. 서울시연구원은 카메라로 입력된 이미지를 분석해 예측하는 ‘딥러닝’을 활용해 도로 침수 여부는 물론 침수 깊이까지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도로침수와 자동차 등과 관련된 이미지를 수집하고, CCTV를 분석해 침수 깊이를 다섯 단계로 분석했다. 성인 무릎 높이(60cm), 승용차 타이어의 림상단부 높이까지 빗물이 차면 더 이상 주행을 할 수 없는 단계다.

서울시연구원은 “별도 시설 설치 없이 침수심 분석을 거의 실시간으로 도출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대피 골든타임 확보와 경보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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