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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우려 커”
경총, 15일 연구 용역 결과 발표
최준선 성대 법전원 명예교수팀 수행
“법리상 혼란만 초래…주주평등주의도 훼손”
지난 6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서는 이사 충실의무의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도 다뤄졌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최근 제기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되고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 같은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해 왔지만 최근 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켜 이사회가 인수합병(M&A)이나 기업분할 등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토록 명시적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도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2대 국회에도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경영계는 이 같은 결정이 기존 회사법 체계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경총을 포함한 경제 8단체는 해당 사안에 대해 ▷기존 회사법 체계 훼손 ▷소송 남발로 인한 경영활동 위축 초래 ▷각 주주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 ▷글로벌 스탠다드 위배 등의 이유로 현행 법 유지가 필요하다는 공동 입장을 냈다.

최 교수 연구팀도 이 같은 입장에 의견을 보탰다. 최 교수 측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충실의무의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분석대상 주요국 법률에 유사한 규정 없음)에도 위배된다”면서 “▷주주평등 원칙 훼손 ▷소송증가 및 주주간 갈등 증폭 같은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사 충실의무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에 대해서 최준선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란 이사가 회사에 충성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뜻하는 것”이라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게 되면 이는 ‘이사와 주주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봤다.

또한 “이사는 주주 전체의 총의인 주주총회의 결의를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사와 주주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전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이사가 주주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이는 배임으로 현행법으로도 처벌받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로 ‘주주평등 원칙 훼손’에 대해서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회사법의 기본 이념인 ‘주주평등원칙’에 의해 이미 보호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추가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소액주주에 대한 ‘반비례적 이익’을 보장하려는 시도가 되어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반비례적 이익의 보장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와 충돌하며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고 소수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어 주식회사의 경영에 불필요한 복잡성을 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소송 증가·주주 간 갈등 증폭 및 우리 법체계 혼란 우려’에 대해서 최 교수는 “이사의 충실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이사에 대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증폭만 가져올 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면 이를 오해한 주주들에 의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이 증가할 우려가 크며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갈등 증폭 등 경영상 혼란이 커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 입법례를 봤을 때도 유사 규정 사례는 없다는 것이 경영계의 입장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한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의 법률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과 같은 해외 주요국 법률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에서 영국은 판례를 통해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영국 판례의 경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은 ‘가족 소유 기업’ ‘이사가 주주의 주식 처분을 제안하는 경우’ 등 이사와 주주 간에 특별한 신뢰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서 인정되며 일반적인 이사-주주 관계에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성립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 전체 50개 주(州) 중 48개 주의 회사법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규정이 없었다. 다만 모범회사법과 델라웨어주 캘리포니아주 회사법에서 '주주'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간접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직접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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