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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지 말라” 해도 러시…中, 부동산 거품 이어 ‘국채 거품’ 터지나
국채 수요 급증…10년물 금리 2.14%로 하락
개인 투자자·지방은행 손실 가능성…금융 시스템 불안 우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국채로 몰리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고에도 국채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부동산 거품(버블)에 이어 ‘국채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중국 국채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며 10년물 금리는 연초 2.59%에서 이달 4일 현재 2.14%로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국채로 몰린 것은 경기 우려에 더해 중국 증시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채가 피난처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최근 몇 년간 채권 발행을 늘려 왔으며 올해도 대규모 국공채 발행이 예상된다.

정부 공식 통계와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7월 기준 중국은 올해 계획한 지방채 및 초장기 특별국채 쿼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아직 발행하지 않은 상태로 약 2조6800억위안(약 504조원) 규모의 채권 추가 발행을 앞두고 있다. 국채 가격 조정이 일어나며 거품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예산 계획에 따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이 연말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수조 위안 규모가 된다”면서 “채권 금리가 크게 역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발행 확대 계획에도 국채 매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자 당국은 시장이 거품 영역에 있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초 금융기관에 국채 매수를 줄이거나 중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1000억위안(약 19조원) 규모의 국채를 공개시장에서 매입했다.

인민은행이 ‘공개시장 국채 매매 조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앙은행이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시장에서 국채 거래를 해 중국 내 채권 시장 관리와 경제 안정화를 위해 고대했던 통화 수단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국이 채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2.19%로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후 다시 하락해 지난달 5일 기록한 사상 최저치(2.12%)에 근접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소규모 지방은행은 당국의 경고에도 여전히 강한 국채 매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일부 지방은행은 국채 투자 수익이 은행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장쑤쿤산농촌상업은행의 국채 투자는 2022년 말 29억달러에서 2023년 말 53억달러로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도 크게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 채권 펀드 자산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 중순까지 39% 증가했다. 현재 채권 펀드는 전체 중국 펀드 자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돌아설 경우 개인 투자자와 지방은행이 손실을 입게 되고,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카베 아키오 타마대학 특별초빙교수는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온라인에 기고한 글에서 “향후 중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일부 지방은행이 손실에 직면하고 파급 영향으로 다른 은행의 자금 사정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지방은행과 거래가 있는 시중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부실채권이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국채 가격이 조정되면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중국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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