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사업자로부터 재화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은 1회만 제공받는 방식과 계속적으로 제공받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후자의 경우는 초기 무료 제공 후 유료로 전환되는 방식과 처음부터 유료로 제공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사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제공받는 계약이 계속적 공급계약이며, 일반적으로 ‘구독경제’라고 한다.
초기 구독경제는 신문 또는 우유 등 공급계약에서 많이 활용됐다. 최근에는 OTT 시장, 배송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구독경제와 관련해 다양한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료전환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재화 등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대금이 결제되는 경우 또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대금을 증액하여 소비자가 증액된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유료전환 사실을 고지했거나 대금 증액이 이뤄지기 전에 그 증액사실을 사이버몰에 게시하거나, 또는 전자우편 등으로 소비자에게 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유료 전환이나 대금 증액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구독경제와 관련해 소비자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료로 전환되는 시점이나 대금 증액에 대해 소비자 동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2월에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2025년 2월 14일 시행)을 개정해 구독경제에 있어 유료전환 또는 대금 증액 시 사전에 소비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개정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는 시점부터 사업자가 구독경제와 관련해 유료로 전환하거나 대금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소비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소비자의 동의를 받기 위해 사업자는 증액 또는 전환의 일시, 변동 전후의 가격(대금 증액의 경우) 및 결제방법에 대해 고지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유료전환 또는 대금 증액에 대해 동의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업자는 대금 증액 또는 유료전환을 취소하거나 해지하기 위한 조건·방법과 그 효과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즉 소비자 동의에 따라 대금 증액 또는 유료전환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동의 또는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따라 구독경제에서 발생했던 소비자 문제인 일방적 유료전환 또는 대금 증액 관행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료전환에 대해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에게 무료 기간 제공된 재화 등에 대한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또는 재화 등을 공급받은 후 소비자가 취소했을 때 지급해야 할 대금을 얼마나 산정해야 하는지 등이다. 물론 한 번의 법 개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구독경제 시장에서 소비자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구독경제와 관련해 남아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은 필요하다. 구독경제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가 더 충실하게 이뤄지고, 구독경제가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한국해양대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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