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곧 트렌드”…소비 양극화도 뚜렷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김희량 기자] “기업이 광고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소비 트렌드를 알 수 있습니다. 각 기업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튜브 볼 때도 프리미엄을 쓰지 않고 광고를 끝까지 봅니다.” (대형마트 마케팅 담당 오모 씨)
“요즘은 ‘갓성비(높은 가성비)’가 확연한 트렌드입니다. 물가지수가 상승하며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계속 증가합니다. 최근에 ‘테무깡’이 유행하는 걸 보고 더 이상 어지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권유진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
유통업계에서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마케팅 담당자부터 상품 MD까지 직무를 가리지 않고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인시간을 투자해 직접 상권을 파악하는 건 예사다. 이랜드 스파오 온라인MD A씨는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한남동과 성수동을 방문해 요즘 패션 브랜드를 파악한다”며 “해당 상권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스타일링을 참고하며 어떤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상현 GS리테일 라이브리빙팀 MD는 매일 인스타그램, 틱톡, 쇼츠 등 다양한 SNS와 커뮤니티 등을 습관처럼 확인한다. 그는 “콘텐츠를 보면서 키워드 데이터나 트렌드 검색 사이트를 통해 실제 소비자들이 관심이 있는 것인지, 현재 제품 판매 추이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다”고 전했다. 권유진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도 “SNS는 가장 빠르게 소비 흐름을 캐치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특히 식음료 관련 트렌드는 주로 틱톡에서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유튜브 순으로 퍼져서 해외 틱톡 인플루언서들을 집중적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현업에 있는 이들은 최근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를 중심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욜로’에서 ‘요노’를 거쳐 ‘듀프’로 진화했다. 욜로는 ‘단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이라는 의미로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과도한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소비 행태다. 반면, 요노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You Only Need One)’는 의미로 꼭 필요한 것만 산다는 뜻이다. 듀프는 명품 대신 가성비 높은 대안 제품을 구입하는 행태다.
대형마트 마케팅 담당 오모 씨는 “의도적으로 프로모션 광고를 수신해 ‘영리한 절약’으로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예전에는 광고가 귀찮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특가 행사나 쿠폰, 마일리지 지급 등 소식을 받아 원하는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랜드 스파오 온라인MD A씨는 “자주 입고 세탁해야 하는 속옷이나 기본 티셔츠를 살 때 피부에 맞닿은 의류라 가성비를 많이 따진다”며 “과거에는 전분 브랜드에서 구입했는데 요즘은 SPA 브랜드에서 주로 소비한다”고 전했다.
가성비와 맞물린 소비문화도 예전과 다르다. 한 대형마트 마케팅 담당자 B씨는 “중산층의 경우를 보면 의류는 고소득층과 유사한 소비 패턴을 보이지만, 식품이나 잡화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저소득층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임재원 GS샵 오운브랜드(OwnBrand)팀 매니저는 “홈쇼핑 매출 역시 가성비 브랜드와 고가 제품의 실적이 좋은 편”이라며 “오히려 중간 가격대의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들은 면밀하게 분석한 소비 흐름으로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준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 등장한 990원 맞춤 과자나 홈쇼핑 업계가 선보이는 단가를 낮춘 상품이 대표적이다. 패션업계도 연 단위 상품 기획 대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주일 만에 상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비가 늘면서 부대비용 부담이 늘더라도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판매 방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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