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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발주자서 게임체인저로” LS일렉, 초고압 판도 뒤집었다 [K-전력기업 대해부]
부산 초고압 변압기 생산현장 가보니
전력호황 5년치 일감 확보, 해외매출 쑥쑥
CAPA 확충...생산동 구축·강소기업 인수
6공정 정밀 수작업, 기술력·맞춤형 차별화
10일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에서 생산 작업 중인 500kV 400MVA 초고압 변압기. 높이 4.2m, 무게 300톤으로 LS일렉트릭이 생산 중인 최대 크기 제품이다. 이 제품은 연내 미국 태양광 현장으로 출하될 예정이다.(위쪽) 10일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에서 작업자들이 변압기와 부품을 이어주는 파이프라인을 해체하고 있다. 부산=정윤희 기자

“지금은 미국이 거의 대부분의 초고압 변압기를 ‘쓸어가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0일 오전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방진복과 헬멧을 쓰고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에 들어서니 500㎸ 400MVA 초고압 변압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높이 4.2m, 무게 300톤. 곳곳에 줄지어 작업 중인 15대 가량의 변압기 가운데 단연 압도적 크기다. 현재 LS일렉트릭이 생산 중인 최대 크기의 제품이기도 하다. 해당 초고압 변압기는 연내 미국 태양광 현장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는 ‘귀하신 몸’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 ▷인공지능(AI) 시대 전력수요 증가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이 맞물리며 자연스레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폭발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형국이다.

전력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초고압 변압기 수주도 줄을 잇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올 한 해 동안에만 초고압 변압기 수주 금액이 6341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1003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6배가 넘게 뛴 것이다. 수주 잔고도 2조7600억원으로 향후 5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 둔 상태다.

늘어난 수요의 대부분이 해외 매출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LS일렉트릭의 해외 매출 비중은 2분기에 이미 50%를 넘어섰다. 2030년에는 해외 매출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욱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공장장

이승욱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공장장은 “2021년부터 초고압 변압기 수주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해외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현재 2027년까지의 생산능력(CAPA)가 모두 채워졌으며, 2030년까지 대형 프로젝트 추가 수주 등을 감안하면 매출 7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생산능력이다. 즉, 늘어난 수요에 제때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의 전력 슈퍼사이클이 적어도 2030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에 LS일렉트릭은 초고압 생산능력 확대에 선제적으로 1600억원 투자키로 했다. 우선 부산사업장에 1008억원을 투입, 1생산동과 동일한 크기의 2생산동을 구축한다. 직접 1생산동 뒤쪽으로 돌아가 보니 약 4000평 규모의 광활한 유휴부지가 착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LS일렉트릭은 2생산동에도 진공건조 설비(VPD) 2기를 증설해 조립장과 시험실, 용접장 등 전 생산공정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완공은 내년 10월말로 예상된다.

또 592억원을 들여 초고압 변압기 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 KOC전기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해 몰드·건식··유입식 배전 변압기를 모두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이 공장장은 “현재의 1800억원 규모에 2생산동 구축으로 4200억원, KOC전기 1000억원을 더해 7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외시장 주문이 폭주하는 만큼 이날 둘러본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은 각 공정마다 작업에 분주한 분위기였다.

초고압 변압기는 권선공정, 코어(철심)공정, 본체공정, 진공건조, 총조립공정, 최종시험 등 크게 6가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권선 한 달, 코어 일주일, 본체작업 한 달, 시험 등에 20일 정도 소요돼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세 달 가량이 소요된다.

권선공정은 원통형 목형에 권선(코일)을 감는 작업이다. 작업자들은 권선반 곳곳에 위치한 각각 6대의 수평·수직 권선기에 두꺼운 권선을 빽빽하게 두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 감은 권선은 에나멜로 코팅된 절연물질을 박리하고 건조 작업을 거친 후 사이징 프레스로 눌러주면 완성이다. 코어공정에서는 롤 형태로 말려있는 규소 강판을 0.2㎜의 시트 형태로 정밀하게 커팅, 가공한다. 완성된 코어는 코어적층대에서 작업자들이 하나씩 수작업으로 쌓아 코어구조물을 만드는 식이다. 본체공정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코어구조물에 권선을 조립해 회로를 구성하게 된다. 이것을 진공 건조설비(VPD)에서 건조시킨 후 탱크 내에 안착시킨 후 용접해 마감한다. 특히, 수분을 극한으로 빨아들이는 진공건조가 중요 과정이다.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분을 빨아들이는 ‘우웅~’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다소 의외였던 점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직원들이 직접 수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장 제조팀 관계자는 “자동화를 하면 오히려 정밀한 작업이 어려워 모든 작업을 매뉴얼(수작업)로 진행한다”며 “수작업이라도 적층된 코어의 오차범위는 0.5㎜ 이내로 오차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이미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쟁쟁한 경쟁사가 있는 상황에서 2009년 12월 부산사업장을 완공,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 공장장은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지만 초고압 시장에 들어간 것은 LS일렉트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배전의 장점을 초고압을 통해 더욱 확대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이야 해외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그간 해외 사업에 걸림돌이 많았던 것도 후발주자였기 때문이다. 통상 전력 인프라 시장은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에 납품한 이력(레퍼런스)이 없을 경우 새로 계약을 맺는 것이 어렵다. 이 공장장은 “2020년까지 저희 초고압 변압기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기 힘들었던 이유가 해외시장 레퍼런스를 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제 막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데 기존에 납품했던 실적을 달라고 하니 해외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LS일렉트릭이 선택한 것은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력 확보다. 후지, GPT, GE, 와이드만 등 해외 유수의 기업과 적극적으로 기술협력에 나서는가 하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충북대 등과 산합협력을 통해 요소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였다. 또, 성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청주 전력연구소 내 초고압 관련 연구인원을 배정하고, 사내 소재연구센터 내에 이화학 실험실, 분석·평가 연구실 등을 구축해 소재·부품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 공장장은 “경쟁사 대비 특별한 아이템,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앞서가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며 “그 결과 2021년부터 삼성전자에 154kV 변압기를 납품하게 됐고 친환경 식물유를 적용한 친환경 변압기도 LS일렉트릭 제품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LS일렉트릭이 차세대 전력전송기술인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장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2011년 1100억원을 투입해 부산사업장에 HVDC 생산기지를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이곳은 교류(AC)를 직류(DC)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HVDC의 핵심기기인 ‘사이리스터 밸브’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공장장은 “(전류형) HVDC는 국내서 유일하게 저희만 대응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객 수요에 따른 ‘맞춤형 제품’도 차별화 포인트다. 새로 개발한 ‘X-포머(fmr)’ 제품의 경우 ▷고효율 ▷저소음 ▷친환경 절연유 ▷부하연계형 냉각시스템 ▷케이블 타입 부하시 전압조정(OLTC) ▷진단시스템 등 6개의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넣은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식이다.

이렇게 쌓아놓은 기술력은 슈퍼사이클이 시작되자 빛을 발하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면서 레퍼런스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LS일렉트릭으로서는 해외시장에 고품질 제품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이 공장장은 “지금의 슈퍼사이클이 2030년까지는 간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이것이 무한정 지속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 안에 해외 레퍼런스를 확실히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좀 더 과감한 투자, 기술 대응, 품질 우위 제품을 납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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