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시내면세점 이탈 가속
발렌티노 매장. [발렌티노 제공]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시내 면세점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큰손이었던 단체 관광객이 줄고, 개별 관광객이 다른 쇼핑처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는 이달 말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폐점할 예정이다. 발렌티노는 지난 2018년 국내 시내 면세점으로는 처음으로 롯데면세점에 입점했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여러 시내 면세점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부산·제주 등 주요 관광지에서도 샤넬, 루이 비통, 구찌 등 여러 명품 브랜드가 폐점 수순을 밟았다. 매출이 줄면서 백화점과 중국 면세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과거 시내 면세점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명품 쇼핑을 즐겼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명품 소비 위축과 개별 관광객의 소비 채널 변화로 명품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면세점 명품 소비 대신 드럭스토어, 마트 등으로 눈을 돌리는 개별 관광객도 늘고 있다.
실제로 여행 수요 회복에도 올해 상반기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50만원대로 코로나19 엔데믹이 선포된 지난해보다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액은 7조396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늘었다. 같은 기간 구매객 수가 949만7000명에서 1382만5000명으로 45.6%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성과다. 전체 매출액을 구매객 수로 나눈 1인당 구매액도 68만6000원에서 53만5000원으로 22% 감소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 수는 2019년(2435만4000명) 대비 57%에 불과하다. 내국인 구매객은 1473만6000명에서 940만2000명으로 36.2%, 외국인은 961만8000명에서 442만3000명으로 54% 줄었다.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부재 속에 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먹거리와 체험 중심으로 바뀐 데다 고환율 탓에 내국인마저 발길을 돌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대표적인 고객 유인책 중 하나지만 시내 면세점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내국인 마케팅, 다양한 브랜드 입점 등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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