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폭염 여파로 국내 채소류 수급 난항
재료 수급·조리과정 변수…“인하 어려워”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연합]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재료가 바뀌는데 메뉴 가격은 왜 똑같은지 이해가 안 됩니다. 요즘 재료 수급 문제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김모 씨)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격을 변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역마다 매장의 재료 유통 상황도 다르고, 본사 차원에서도 일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
외식 업계가 이상기후로 채소류 수급이 어려워지자, 메뉴 재료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부 재료가 빠지거나 대체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최근 가맹점에서 주문할 수 있는 토마토 양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한국맥도날드는 폭염으로 인한 토마토 생육 부진을 이유로 “일부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제품에 토마토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공지했다. 써브웨이도 각 매장에서 토마토 수급 불안정으로 제품에 제공되는 토마토의 수량 제한에 나섰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양상추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매장은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섞어 제공하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매장마다 재료 입고량이 달라 양상추와 양배추를 혼합한 지침을 만들었다”며 “내부적으로 두 재료를 혼합해 메뉴를 만드는 실험을 거쳐 고객에게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롯데리아 매장에 재료 수급 관련 공지가 붙어있다. 독자 제공 |
최근 토마토, 양상추 등 채소류는 생육이 부진해 가격이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토마토 소매가격은 상품 1㎏ 기준 1만3391원으로 전년(1만977원) 대비 21.9% 올랐다. 전월(8865) 대비 51% 오른 수준이다. 주산지인 강원도 철원과 전북 장수군에서 9월 폭염 여파로 착과(과일나무에 열매가 달리는 것)가 제대로 안 돼 수급이 어려워졌다.
외식업계는 재료 변화와 함께 무료 음료 쿠폰 등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상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에도 냉동감자 공급망 문제로 감자튀김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음료 쿠폰’이나 다른 메뉴로 대체한 바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보상 대신 가격 인하를 호소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최근 햄버거를 비롯해 외식 메뉴 가격이 다 올랐는데, 제대로 된 제품을 먹지 못한다면 올린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맥도날드는 지난 5월, 롯데리아는 8월 잇달아 가격을 올렸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역이나 매장마다 들어가는 재료 물량이 다르고, 재료 시세가 날마다 달라 판매가격에 이를 반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이 가격 조정 대신 받아들일 보상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수시로 메뉴 가격을 변경하는 것은 매출 관리에도 부담일 것”이라면서도 “수급이 어려운 재료를 제품에서 뺄 수는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보상도 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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