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거버넌스 개선 속도”
양쪽 모두 과반 지분 확보 실패
장내 의결권 확보 등 본격 수싸움
고려아연이 ‘우군’베인캐피털과 함께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에 맞서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9.85%를 포함 총 11.26%의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이에 영풍·MBK 측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는 등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1302주를 획득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9.85%의 지분(204만30주)을, 베인캐피털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각각 확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번에 확보한 9.85%의 지분을 전부 소각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사업적 동반자 그리고 주주 및 협력사들의 신뢰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풍·MBK 측은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와 관련 “다수 주주들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제부터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반박했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83만원)보다 높은 89만원의 매수가를 제시해 유통주 대부분에 해당하는 최대 약 20% 지분을 매수함으로써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저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영풍·MBK가 지난 14일 먼저 끝낸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먼저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측이 당초 목표한 최대치보다 공개매수에 응한 청약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한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털이 매수한 1.41%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0%로 높아졌다.
영풍·MBK 연합은 앞선 공개매수로 38.47%까지 지분을 높여 놓아 양측의 우호 지분 격차는 약 3%포인트에 달하게 됐다. 고려아연이 사들인 자사주 소각이 실제 이뤄지면 모수가 작아지면서 영풍·MBK 연합 측과 최 회장 측 지분이 각각 약 43%, 40%까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 확보 등을 통한 지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임시주총 개최 여부를 놓고 양측의 대립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날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 이사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이사 후보로 사외이사 1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추천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김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주총 소집 권한은 이사회에게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로 채워진 상황이다.
영풍·MBK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이사회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 결정을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고 결정을 받아내는 절차에는 최소 1∼2개월이 걸려 주총이 실제 개최되는 시기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예상을 깨고 영풍·MBK 연합 측 요구를 받아들여 임시주총 소집에 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엔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선행·변경 안건을 동시 상정해 양측이 표 대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총 일정과 안건 등이 확정되면 양측이 의결권 과반 지위를 점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양 진영은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 또는 저지하기 위해 제3지대에 있는 주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이사 선임안 외에도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제안의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집행임원제는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 집행만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제도로, 의무 사항은 아니다. 정관변경을 통해 채택이 가능하며, 이 경우 집행임원이 실질적인 경영 업무를 담당하고 이사회는 감독 기구의 역할을 맡되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집행임원제가 도입될 경우 최 회장 측에게 타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정관 변경은 상법상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MBK·영풍 연합으로서는 다양한 시나리오 실행을 위해 추가적인 우군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법당국과 금감원 등의 판단도 향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 영풍·MBK 측에 대해 금감원 진정을 진행했고, 검찰 고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국 조사와 수사 등이 진행되면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근·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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