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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형 금통위원 “실기론, 김연아 은메달 비판하는 꼴…3분기 성장 일회적 충격”
4월 취임 후 첫 간담회 개최 ‘실기론에 반박’
선진국 女중앙은행총재·금통위원 모임 참석
“10월 내수회복 더뎌서 금리 내린 것은 아냐”
자영업자 어려움 “금리인하로만 해결 못 해”

[헤럴드경제(워싱턴D.C.)=양영경 기자]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과 관련해 “숫자를 보고 저도 놀란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시적일 충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은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일명 ‘실기론’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고 보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왜 은메달 땄냐고 묻는 느낌”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 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G20 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이 위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이 지난 4월 취임 이후 간담회를 통해 공개 발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위원은 “3분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예상했던 경로대로 움직였는데 수출 부문이 예상보다 충격이었다”면서 “리스크 부분에서는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게 왜 하필 이 시점에, 이 강도로 왔느냐는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적인 분석 결과 지속적인 충격이라기보다는 일회적 쇼크라는 게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11월 금통위도 결정시점의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최근 제기된 ‘한은 실기론’에 대해서는 “너무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을 땄냐고 하는 것과도 같다”고도 비유했다.

그는 “실기했다고 하시는 분들은 금융안정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자영업자·민간소비가 어려운데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고 한다”면서 “자영업 등 특정 분야의 어려움을 금리인하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에서 열린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 및 금통위원 미팅에 참석했다. [한국은행]

이 위원은 10월 금리인하 의견을 낸 배경과 관련해서도 “내수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낸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좋은 속도로 목표 수준에 도달하고, 높아진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과 속도가 결정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게 한은의 임무는 아니지만, 주택 관련 지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이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10월에는 (8월과 달리) 선행지표상에서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 같다는 신호를 봤고, 이 정도면 파이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증거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가계부채 선행지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는 집값·거래량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급변할 때는 (통상적인) 중도금과 잔금 지급일 사이가 아닌 계약일에 가까이 맞춰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데이터와 패턴이 다르기보다는 선행성이 담보되는 지표를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달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를 통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한 것에 대해선 “10월 결정 당시의 정보로는 대다수가 시급히 내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였다”면서 “최근에는 미국이나 국내 정세도 변동이 있어 이를 고려해 11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1400원선에 다가선 원·달러 환율에 대해 “경제 전반 실물에 대해 충격 줄 만큼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물론 11월 미 대선이나 여러 가지를 봐야 해서 괜찮다고 말씀드리긴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면담하고, 선진국 여성 중앙은행 총재·금통위원 모임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초청 받아 참석했다. 그는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등 정부·금융기관의 투자가 많은 산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책 제언에 나섰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는데 한국기업 대부분이 국제적 기업이고 자본 집약적 기업이어서 내수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었다”면서 “국가적 지원책이 국가나 납세자 입장에서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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