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으로 인한 외평기금 자산 감소, 외환 정책 신뢰 훼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말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유동자산이 64조원까지 줄어들 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에 대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대신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으로 메우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에 손을 대는 것은 ‘재정건전성 지표’만 관리하려는 눈속임이라며 향후 외환 정책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평기금→공자기금 조기상환 ‘내부거래’일 뿐=29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외평기금의 유동자산 규모는 2022년 111조원에서 2024년 69조원으로 약 42조원(-37%) 감소했다. 여기서 전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대로 추가로 약 5조원 가량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조기상환 할 경우 외평기금 유동자산은 2024년 말 69조원에서 약 64조원까지 감소한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작년 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 29조6000억원 규모의 세수결손과 관련,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하지 않고 가용재원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가용재원은 공자기금과 외평기금, 주택도시기금 등이다. 여기서 약 14~16조원을 활용한다는 방침인데, 이 가운데 약 5조원은 외평기금에서 공자기금으로의 조기상환을 통해 확보하게 된다.
다만 외평기금 원화 자산을 공자기금에 조기 상환하는 방식의 대응은 재정건전성 지표를 일시적으로 개선할 수는 있지만,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외평기금 적자는 공자기금에서 빌려온 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되레 외평기금에서 수십조원을 공자기금으로 보내 올해 부족한 세수 대신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평기금의 유동자산을 공자기금에 조기 상환하는 것은 단순 ‘내부 거래’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2년 110조원에 달하던 외평기금 유동자산은 2023년 수정 계획에서 94조7000억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 수정 계획에서도 이미 80조원에서 69조원으로 하향조정된 상태다.
▶외환 정책 신뢰도 훼손 가능성↑=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국채 발행의 시점만 미룰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평기금의 규모가 큰 폭 축소돼 외평기금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환 시장에서 외평기금이 세수 결손 보전을 위해 사용되는 신호를 받을 경우, 외환 정책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평기금의 자산 입출입은 외환 정책의 목적에 맞게 이뤄져야 하며,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평기금 수지가 다시 악화되면 내년에 공자기금 재원을 더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외평기금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정부가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평기금 자산을 지속적으로 줄일 경우 재정건전성뿐 아니라 외환 정책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교부세 미지급이나 외평기금 조기 상환 등의 방식은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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