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 전용 목장, 2029년까지 90% 이상 전환”
[헤럴드경제(양주)=전새날 기자] 낙농가에서 집유한 원유를 실을 탱크로리 차량이 나란히 줄을 선다. 체세포 수·세균 수 등 각종 품질 검사를 마친 원유는 냉각된 상태로 저장 탱크에 옮겨진다. 원유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서울우유의 여러 공정을 거쳐 각종 유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3일 찾은 경기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 일대의 서울우유 양주공장. 서울우유는 기존 용인공장과 양주공장을 통합해 양주 신공장을 세웠다. 부지 면적만 7만7000평에 달하는 공간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대규모 설비가 들어섰다.
양주공장에선 대표 제품인 ‘A2+우유’, ‘나100%’ 우유, ‘비요뜨’ 발효유를 포함해 분유·버터·연유·유음료 등 60여 개 유제품을 생산한다. 원유만 하루 825톤을 쓴다. 국내 전체 목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양의 30%에 달한다. 하루 최대 처리할 수 있는 원유량은 약 1700톤이다.
일일 제품 생산량은 200㎖ 기준 346만개에 달한다. 서울우유 전체 생산량 기준 40% 정도다. 나머지는 안산공장과 거창공장이 각각 생산량의 40%, 20%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우유가 출시한 ‘A2 플러스(+)우유’는 오직 이곳에서만 생산한다. 신제품은 서울우유 전용 목장에서 분리 집유한 100% 국산 A2 우유에 체세포 수 1등급, 세균 수 1A 원유와 EFL(Extended Fresh Life) 공법을 더했다. EFL 공법은 모유를 원심분리기로 두 번 돌려 세균과 미생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서울우유는 저출산 고령화와 수입산 멸균우유가 증가하는 국내 유업계의 위기 속에서 A2 우유를 새로운 동력으로 지목했다.
서울우유 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비요뜨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
서울우유 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A2+ 우유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
전체 공정은 착유, 집유, 원유검사, 균질, 살균, 품질검사, 포장, 제품검사 순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제품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건 품질이다. 이지은 공장지원팀 차장은 “150톤씩 총 8개의 탱크가 있어 1200톤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라며 “A2 우유는 전용 목장에서 분리 집유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끝난 원유는 세균과 이물질 검사를 거쳐 저유 탱크에 저장된다. 저유 탱크는 미생물 번식을 막고 우유 지방을 골고루 섞어 원유의 신선함을 유지한다. 원유 속 이물질을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제거하고, 균질 공정을 통해 우유 속 지방 입자를 잘게 부숴 골고루 분포시킨다.
130℃에서 2초간 초고온 살균을 마치고, 3~5℃ 이하로 급속 냉장을 하면 충전 설비로 넘어간다. 우유병이 입고되면 자동화된 기계가 병 내부를 하나씩 뒤집어 세척하고 우유를 담는다. 이후 실링 작업과 제조·소비기한 인쇄 작업을 거쳐 금속 검출기를 통과한다. 정량 검사와 인쇄 검사를 마친 제품은 상자에 담긴다.
로봇 팔은 차곡차곡 쌓인 초록 우유 상자를 옮긴다. 상자는 5℃ 이하로 유지 중인 냉장창고로 운반된다. 아파트 6층 높이의 메인 냉장창고에서는 10대의 크레인 설비가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 오늘 들어온 우유는 당일 생산, 당일 출하된다. 하루 약 200대의 물류 차량이 서울, 강원, 경기, 충북 등 전국 각지로 제품을 운반한다.
양주공장 메인 냉장창고.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
A2+ 우유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
서울우유는 현재 36개인 A2 우유 전용 목장 수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부터 약 80억원을 투자해 A2 유전자원을 공급하고, 검사를 진행하며 A2 젖소를 한곳에 모아 전용 목장을 만들었다. 함창본 양주공장장은 “현재 전체 목장의 55%를 A2 전용 목장으로 전환했는데, 2029년까지 90% 이상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전 국민이 A2 우유를 마실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A2 우유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마크 그룹(IMARC Group)은 A2 우유가 올해부터 2032년까지 14.8%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A2 우유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4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32년 478억달러(약 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반 우유 제품 대비 비싼 가격은 진입 장벽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산 우유는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와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유제품의 완전한 개방을 앞두고 있어서다.
서울우유는 향후 A2 전용 목장 전환율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혜미 우유마케팅 차장은 “A2 우유는 전용 목장에서 집유해야 하고, 4단계 검사를 매일 진행해 원가 부담이 있다”라며 “지금은 초기 시장 진입 단계로, 생산량이 약 30톤에 불과하지만 목장이 전환되고 생산량이 늘수록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우유 공장 물류차량.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