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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 ‘한지붕 두가족’ 마침표…정용진·정유경 각자경영 체제로
신세계그룹, 30일 전격 계열 분리 선언
실적 반등 속 리스크 분산 등 시도 읽혀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신세계그룹이 30일 전격적인 계열 분리를 선언하며 정용진 그룹 회장과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의 독자 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사실상 끝난 것을 두고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가 됐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담당했다.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맡았다.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하기도 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1%를 정유경 회장에게, 정유경 회장은 이마트 지분 2.52%를 정용진 회장에게 양도하며 ‘분리 경영 체제’를 준비했다. 상호 보유지분이 상장사는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이 해소된 것이다.

2019년에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이어졌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모습. [연합]

실제 이마트와 신세계는 영업과 재무, 인사 등에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처럼 인식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은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두 사람은 각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3%에서 18.5%로 올라가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 총괄회장의 지분 증여를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남매 분리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2021년에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하던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신세계에 양도하며 지분 정리를 사실상 끝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쓱닷컴)뿐이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SSG닷컴 지분은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세계가 보유 지분을 이마트에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승계와 계열 분리,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 작업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각 10% 지분도 정용진·정유경 회장에게 각각 상속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 남매의 그간 행보가 보여주듯 오래전부터 계열 분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 분리의 마지막 매듭인 지분 정리까지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선언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연합]

본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용진 회장의 자신감이 계열 분리 선언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에 성공했고,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기 때문이다. 그룹 측은 “올해 들어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어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 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본업에 더 집중해 탄탄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업계도 경영 리스크(위험)를 분산하고, 남매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기점으로 법적, 제도적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우선 해당 기업이 친족독립경영 신청을 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심사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상호 보유 지분이 있는지, 임원 겸임이나 상호 채무 보증 또는 자금 대차가 있는지, 과거 내부거래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따진다.

신세계그룹이 법규상 모든 요건을 해소하고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기까지의 시간과 공정위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계열 분리가 완성되기까지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으로 불어나며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약 62조517억원으로 재계(농협 제외) 10위다. 부문별 자산은 이마트 부문이 43조93억원이고, 백화점 부문이 19조424억원으로 이대로 계열 분리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 부문은 재계 11위, 백화점 부문은 26위권이 된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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