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더 강력해진 트럼프노믹스...통상전문가들 “기민한 대응 필요”
대미무역 흑자 한국, 주요 타깃 가능성
자동차·배터리·친환경 등 변동성 커져
韓 투자영향 알리고 제3국 FTA도 속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현실화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국제 통상·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트럼프 1기를 상징하는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중심주의가 더 강력한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특히 그가 공언한 ‘관세 폭탄’은 수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7일 국제 통상·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시대의 최대 리스크로 전방위적인 고율 관세 부과를 첫손에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10~20%,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60% 부과를 예고했다.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똑같이 관세로 돌려주는 ‘상호무역법’(USRTA) 제정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된 만큼 보편관세에 대한 의회 비준도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범위에 대해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입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매기면서 1930년대 대공황이 악화했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면서 “무차별적인 관세로 인해 세계 경제 자체가 흔들리면 우리처럼 해외 수요로 먹고사는 나라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대상으로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에 나서면서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에 더해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지식재산·인력 등 통제 범위를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중국을 때리려는 정책에 우리가 엮여 들어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도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443억달러로, 올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윤 교수는 “트럼프는 멕시코·캐나다·일본 등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를 중국과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면서 “무차별적인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주요 산업군 중에서는 자동차·배터리·친환경 등의 업종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자동차 업종은 역대 최대 대미 수출을 기록한 데 따라 관세 강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공약은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제한과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해진 트럼프 2기를 맞아 기민한 대응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트럼프 1기에서 쌓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틀간 풀어도 되는 시험 문제를 갑자기 30분 내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트럼프 2기는 요구하는 바를 던지고 상대방이 빠른 액션을 취하길 기대하고, 자신이 가진 카드를 활용해서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양하게 전방위적인 요구가 쏟아질 때를 대비해 우리의 의사결정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

김양희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협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전략을 다시 세우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제3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그간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것이 미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점을 바탕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탈바꿈시키려는 노력도 동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수출 위주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 등 골고루 성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