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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인터뷰①]리사 "'진짜 내 남편이라면' 생각하며 연기한다"

기사입력 2017. 03.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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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정 기자] 2003년 가수로 데뷔, 2008년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리사. 이제 그를 무대 위에서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결혼 후에는 더 과감히 이미지 변화를 꾀하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역할의 크기보다, 관객의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리사는 어느새 심지 굳은 배우의 모습으로 작품을 마주한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는 헤럴드POP과 리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무대와 방송, 가수 활동을 두루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리사는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리사는 지난 2월 14일 개막한 뮤지컬 '더데빌'(연출 이지나)에 출연 중이다. '더데빌'은 '선(善)과 악(惡)'으로 표현되는 X화이트와 X블랙이 인간 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벌이며 욕망이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사는 여주인공 그레첸을 맡았다. 남편 존 파우스트가 악(惡)의 꼬임에 넘어가며 파멸에 치닫게 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역할이다.

'더데빌'은 2014년 초연 당시 '문제작' '파격작'으로 불렸던 작품이다. 리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초연 당시 ‘더데빌’을 봤고, 제안이 들어와도 안 할 것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그레첸 역으로 무대에 선지 한 달이 넘었다. 지금 리사의 마음이 궁금했다.

“맞다, '더데빌' 하기 싫었다(웃음).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아니까, 막상 준비하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싶다. 그런데 '더데빌’ 작품이 신기한 점이, 하고 나면 힘들 것 같은데 반대로 통쾌하고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시원함이 있다. 물론 힘들지만, 마라톤을 뛰고 난 뒤 샤워한 뒤 집에 가는 상쾌함 같은 것이다. 특히 ‘매드 그렌첸’ 넘버를 부르고 나면 후련하다. 다른 그레첸들(이예은·이하나)도 그렇게 말한다. '한 가지 해냈다’ 는 기분 좋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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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첸은 극에서 존 파우스트의 아내라는 사실 이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관객들의 해석을 유발하는 인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사가 생각하는 그레첸은 어떤 역할일까.

“보이는 데로 설명하자면 존 파우스트의 와이프다. 누구나 내 반쪽이 안좋은 방향으로 가면 ‘그래 해봐라’ 이런 식은 아니지 않느냐. 어떻게든 나쁜 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잡아줘야 한다. 이것을 바탕에서 시작되지만 그레첸은 ‘존의 양심’이다. 넘버 가사에도 몇 번씩 나온다 ‘넌 나의 거울, 거울이 무너지면 핏빛으로 물들고’라고. 극에서도 그 사실을 계속 알려드리고는 있다. 공연을 보고 간 지인들도 이해가 어려웠는지 ‘왜 미치게 되느냐’고 많이 묻더라. 아직 극을 보면서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그레첸을 ‘존의 양심’으로 생각하고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그 사실을 모르고 보면 ‘왜 갑자기 미치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더데빌’에서 X블랙-X화이트가 존재 자체로 '선과 악' '빛과 어둠'을 표현한다면, 그레첸은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여리고 착하기만 했던 그레첸이 괴로워하고 미쳐가는 것을 표현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다. 어디서 강약을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관객들도 너무 강약이 심하면 피로도가 심할 것이다. '존 파우스트의 양심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극에서는 커플로 나오니까 현실적이어야 한다. 동시에 ‘더데빌’ 자체가 상징적인 면이 부각된 작품이기 때문에 그 점 또한 놓칠 수 없었다. 런(연습)을 돌면서 연기를 해보니 모든 부분에 힘주게 되더라. 중심을 잡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 ‘미치게 되는가’에 중점을 뒀고, 세 그레첸(그레첸 트리플 캐스팅 리사-이하나-이예은) 모두 각자가 어디서 쏘고, 터뜨릴지 알게 됐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남편(존 파우스트)를 보며 리사는 괴로워한다. 끝없이 안된다고 외치고, 안타까움에 몸서리친다. 지금 현실에서 너무나도 행복한 신혼이지만, 만약 진짜 남편 존 파우스트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고 묻자 “’정말 내 남편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답했다.

“블랙 먼데이가 터지고 길이 없어서 절망에 빠진 존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다. 나와 그렇게 끈끈했던 남편 존의 신경이 딴 곳으로 향한다. ‘그 이름’ 넘버를 부른 후 양쪽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우는 장면이 아닌데, 나는 너무 슬프다. 그냥 눈물이 툭 떨어진 적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지에 몰리는 시기가 있잖느냐. 고통의 레벨은 다르겠지만, 그 모습이 내 모습, 내 남편의 모습, 동생의 모습 같기도 했다. 더군다나 잘못된 신(神)을 찾고 있는 내 사랑을 보니, 그 간절함이 이해가 되면서도 ‘잘못된 선택인 걸 알잖아’라며 불안해한다. 내 남편의 일에 대입해 봤을 때, 지금은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안 좋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이 보이는데,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선택할 때가 있다. 옆에서 바라보면 정말 안타깝다. 상대 배역과도 그렇게 연기한다. 존과 대립할 때 붙잡아 주려고 하는 마음도 강하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바라봐 주는 마음도 있다. 어차피 내가 안 된다고 해도 할 사람은 한다. 그래서 ‘정말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계속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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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빌’은 상징성이 강한 작품이다.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초연 때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순화했고, 더 친절하게 바뀌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징성을 가진 그레첸 역은 여자 배우로서 하기 쉬운 역할은 아니다.

“그레첸이 초연 ‘더데빌’과 같았으면 거절했을 것이다. 제안을 주시면서 ‘강간과 섹스 장면 뺏다’고 말씀하시더라. 만약 그 장면이 작품에 너무나 필요한 연결고리가 되어 정말 벗어야 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초연에서 봤을 때,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장면을 임팩트 있게, 이슈를 만들기 위해 나머지가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럴 거라면 굳이 그 장면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벗고 강간당하는 것을 왜 눈으로 보여줘야 하나.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의 포인트가 중심을 잡고 다른 요소가 힘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장면들이 힘을 빼앗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눈에 띄니까, 정작 전달돼야 하는 부분이 다 날아간다. 개인적으로 재연에서 X화이트 - X블랙으로 나눈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훨씬 친절하게 들리고, 무슨 말인지 관객에게 전달이 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메시지가 통해야 재미있다, 없다 평을 할 것 아닌가. 그냥 멋지게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초연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여러 가지 시도해 봤던 것 같고,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넘버도 멋있었고, 배우들도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더데빌’의 마지막 장면은 '다행이다'라고 느껴지는 한편, 인과응보 적인 면에서 봤을 때 '결국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인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엔딩에 대해 물었다.

“사실 우리도 모른다. 관객에 맡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때 옷 갈아입고 있다(웃음). 이지나 연출의 의도는 무거운 극이다 보니 어둡게 끝나지 않게 배려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장면으로 극이 끝나면서 허무하면서도 다행이기도 하지 않나. 나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 조심해라’라고 받아드리고 있다. 높은 몰입도로 쌓아가던 이야기에서 관객을 확 벗어나게 하면 ‘이게 뭐지’ 생각하게 되니까 조금 풀어진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사진=민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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